김병준 고문 사임 의사, 삼성·LG의 한경협 회비 납부에 영향 미쳤나?
현대차 SK 이어 삼성·LG도 한경협 회비 낸다…4대 그룹 모두 납부
정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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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1 12:48 | 최종 수정 2024.10.3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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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체크=정구학 기자] 삼성과 LG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하면서 현대차와 SK에 이어 4대 그룹이 모두 한경협 회원사로 자리하게 됐다. 이로써 한경협은 재계 중심 그룹들의 지원을 받아 경제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강화하게 됐으나, 김병준 한경협 상근 고문의 사임 의사가 이번 회비 납부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1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한경협 회비 납부를 의결할 예정이며,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도 함께 참여한다.
LG그룹도 지주사 ㈜LG와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LG유플러스 등이 지난주 이미 회비를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한경협 상근 고문을 맡고 있는 김병준 전 한국경제연구원 회장 직무대행은 내년 2월 정기총회를 기점으로 퇴임할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고문은 "정기총회 때까지만 도와주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하며 “본인이 직책이나 금전적 보상에 연연하는 사람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낀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김병준 사임이 4대 그룹 회비 납부에 영향?
김병준 고문의 사임 의사는 한경협 내 정치적 인맥과 경제단체의 역할 간 적절한 거리를 강조하는 압박 속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찬희 삼성 준법위원장은 “정치인 출신 인물이 경제단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김 고문이 자리를 비울 것을 압박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병준 고문의 사임 발표가 삼성과 LG 등 주요 그룹들이 한경협 참여와 회비 납부 결정을 하는 데 심리적 안정감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경협은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에 회비 납부 요청 공문을 보냈으며, 각 그룹에 요청된 연회비는 35억 원이었다. 현대차와 SK는 각각 7월과 8월에 회비를 납부했으나, 삼성과 LG는 회비 납부를 결정하기까지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김병준 고문이 퇴임 의사를 밝히면서 삼성과 LG가 회비 납부 결정을 마무리한 것은 정경유착 우려를 줄이려는 한경협의 쇄신 의지를 확인한 결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김병준 고문이 사임을 결정한 배경이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고 경제단체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재계에 전달하며, 주요 그룹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신호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 인맥과 한경협 쇄신 논란 속 류진 회장의 고민
김병준 고문의 퇴임 의사는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려는 한경협 쇄신 방향에 따라 나온 결정이지만, 한경협을 이끌고 있는 류진 회장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류진 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이 있으며, 문재인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이다. 이로 인해 재계 일각에서는 류진 회장이 김병준 고문에게 사임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류진 회장이 김병준 고문의 자진 사임을 유도해 한경협 쇄신에 대한 재계의 신뢰를 얻고, 4대 그룹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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