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동생 이명박을 대통령 만들고 '영욕의 삶' 누린 이상득 전 의원이 주는 교훈

이명박 "혈육을 떠나,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 애도
주변 인사들 "죽음 앞엔 한 줌의 권력도 무의미" 한숨

정구학 기자 승인 2024.10.23 18:00 | 최종 수정 2024.10.23 18:12 의견 0

사진은 동생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지난 2011년 청와대에서 함께 이동하는 이상득 전 부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이자 정치계의 '영일대군'으로 불리던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그는 동생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정권의 2인자로 군림했으나, 말년에는 권력의 덧없음을 체감하며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혈육 관계를 떠나, 열심히 국가를 위해서 일한 분"이라고 회고하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줘서 가족 일원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형님은 기업인으로서도, 국회의원으로서도 국가를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우리 어릴 때는 참 힘든 시기였고, 형제들이 많았다. 내가 막냇동생인데 형님께서 '너도 대학에 갈 수 있다'며 희망을 주셨다"고 밝혔다. 그는 형의 권유와 지원 덕분에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갈 수 있었다며 형에 대한 깊은 감사를 표했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은 형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정치적인 조언도 많이 받았다며 "형님께서 정치란 도전하고 힘 있게 하기보다는 겸손하고 진정으로 국가를 위해 해야 한다고 충고하셨다. 나도 그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정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30분경 김윤옥 여사와 함께 빈소에 도착해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취재진 앞에서 그는 눈에 띄게 침통한 모습을 보였으며, 형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담은 짧은 인터뷰를 마친 뒤 빈소로 들어갔다.

◇권력의 정점에서 맞이한 몰락, 권력의 덧없음을 실감하다

이상득 전 의원의 인생은 권력의 영광과 그 끝에 맞이한 몰락이 교차하는 정치적 굴곡의 연속이었다. 경상북도 영일 출신인 그는 1955년 포항 동지상고와 1961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코오롱그룹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정치권에 입문해 6선 의원을 지내며 국회부의장, 재정경제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미스터 위기관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두드러진 시기는 동생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였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의 핵심 실세로 활약한 그는 '만사형통(萬事兄通)', 즉 모든 일이 형님을 통해 해결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정권의 실세로 자리 잡았다. 정치적 2인자로서 그의 영향력은 막강했고,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그는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 고향 이름을 딴 ‘영일대군’, ‘상왕’ 등의 별칭도 그가 누렸던 권력을 대변한다.

그러나 권력의 절정에서 맞이한 그의 몰락은 권력의 덧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권 내내 권력 사유화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그는 2009년 정치적 이선 후퇴를 선언해야 했다. 2011년에는 수억 원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며 그의 정치적 몰락은 완성되었다. 그에게 쏟아지던 권력과 명예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차가운 구치소의 철창뿐이었다.

수감 생활 중 시신경을 잃어 실명 상태에 빠진 이상득 전 의원은 이후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있었다. 그가 누렸던 막강한 권력은 어느덧 먼 과거의 일이 되었고, 그는 권력의 덧없음을 몸소 실감하며 쓸쓸한 말년을 보냈다. 동생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또한 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권력의 중심에서 영욕의 삶을 누렸지만, 그의 마지막은 고독하고 쓸쓸했다. 주변 인사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죽음 앞에선 한 줌의 권력도 무의미하다"며 권력의 덧없음을 지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애도와 가족들의 슬픔 속에 치러지는 장례

유족으로는 아내 최신자 여사와 자녀 이지형, 이성은, 이지은 씨가 있다. 가족들은 조용히 장례를 치를 예정이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빈소에서 형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했던 형님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상득 전 의원의 생애는 한국 정치사에서 권력의 정점과 그 끝에 찾아온 몰락, 그리고 권력의 덧없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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