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중근 대한노인회장 취임식 잔칫날에 재뿌린 부영 아파트 입주자들

취임식장인 대한상의 건물 밖에서 경북 영주 부영아파트 주민들 상경 시위

“쥐어짠 서민들의 피눈물 같은 돈으로 출산 장려금과 고향 친구들한테 용돈 주는 악덕 기업” 구호 외쳐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나경원 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 참석한 취임식날 이중근 회장 또한번 망신 당해

이은주 기자 승인 2024.10.21 12:22 | 최종 수정 2024.10.21 15:09 의견 2
경북 영주에서 상경한 부영아파트 입주자들이 21일 이중근 부영 회장의 대한노인회장 취임식장 건물 밖에서 높은 분양가 책정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은주 기자]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이중근 부영 회장이 제19대 대한노인회장에 취임하는 행사가 열린 21일 오전 11시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행사장 밖. 시끌벅적한 항의 시위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경북 영주시 가흥동 부영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분노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대한노인회장 취임식 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폭발한 것. 100여명의 부영아파트 입주민들은 높게 책정된 우선분양가와 잇따른 하자보수 문제를 놓고 부영그룹을 강하게 규탄하며 상경 시위를 벌였다.

확성기를 잡은 주민 임인상씨는 "오죽하면 서울까지 와서 행사장 밖에서 우리의 호소를 알리겠냐"며 " “이중근 부영 회장은 쥐어짠 서민들의 피눈물 같은 돈으로 출산 장려금과 고향 친구들한테 용돈 주는 악덕 기업인”이라며 구호를 외쳤다.

이날 이중근 회장이 취임식이 열린 대한상의 지하2층 국제회의장 입구에는 혹시 입주민들이 행사장내 진입할 것을 우려, 행사요원들이 사전등록하지 않은 사람을 들어가지 못하도록 일일히 통제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 , 나경원· 이언주 국회의원 등 주요 정부 요인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을 의식해 대한상의 주변엔 경찰이 경비를 강화하는 등 축제분위기가 돼야 할 행사의 빛이 바랬다.

행사장 안팎에서도 삼삼오로 모인 사람들끼리 "요즘 언론에 각종 선행으로 도배된 이중근 부영 회장이 또한번 망신을 당했다"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분양가 25% 인상, 7000만원의 추가 부담

이번 시위는 부영주택이 입주민들에게 통보한 우선분양가가 화근이었다. 최근 부영주택은 영주 가흥동 부영아파트 입주민들에게 59㎡(25평형)는 2억4000만원, 84㎡(34평형)는 3억4000만원에 이르는 우선분양가를 통보했다. 이는 2년 전 1차 우선분양 때보다 25%, 즉 7000만원 이상 오른 금액이다. 당시에도 이미 부영아파트의 높은 분양가는 입주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는데, 이번 인상안은 그 불만을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입주민들은 분양가 산정 근거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영주택 측이 분양가 산정 시 인근 브랜드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지역 내 브랜드 아파트들은 최근 건설자재비 급등으로 인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바 있지만, 이 가격을 그대로 12년이 지난 임대아파트에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주민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한 입주민은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와 오래된 임대아파트의 분양가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건설사의 꼼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영주에서 상경한 부영아파트 입주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이은주 기자]


◇하자보수 문제, 무책임한 부영의 태도

우선분양가 문제는 분노의 단초에 불과하다. 부영아파트 입주민들이 더욱 화를 내는 이유는 바로 하자보수 문제다. 입주민들은 수년간 지하주차장의 균열과 누수, 각 세대의 결로와 곰팡이 발생, 욕실 타일 파손 등의 하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그러나 부영 측은 하자보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영주시청도 이 문제를 방관하지 않았다. 시청은 수차례 부영 측에 하자보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부영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입주민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분양가를 먼저 높이겠다는 부영의 태도가 주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주민은 "하자보수는커녕 주민들과의 약속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분양가를 통보하는 부영의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영주에서 상경한 입주자들이 저가 자재로 지은 서민 임대아파트를 주변 고급아파트 시세로 분양하는 부영을 규탄하고 있다.[이은주 기자]


◇이중근 대한노인회장 취임식 날 터진 상경 시위

영주 가흥 부영아파트 입주민들의 분노는 마침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대한노인회장 취임식 날 폭발했다. 부영그룹의 회장인 이중근은 이날 대한상의 건물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주요 정치인들과 함께 자리를 빛냈지만, 밖에서는 부영아파트 주민들이 "쥐어짠 서민들의 피눈물 같은 돈으로 출산 장려금과 고향 친구들한테 용돈을 주는 악덕 기업"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 회장의 취임을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취임식 날, 이중근 회장은 또 한 번 주민들의 시위로 망신을 당했다. 입주민 대표들은 "우리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부영은 주민들의 피눈물을 짜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기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의 단체 행동, 영주시청과 시의회의 대응

주민들은 이번 시위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권오기 부영아파트 임차인 대표는 "이번 분양가는 주민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책정된 것으로,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며 "부영은 분양가 책정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고, 하자보수를 먼저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영주시의회에서도 이번 사안을 놓고 부영 측의 행태를 강하게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충무 영주시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영그룹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된 임대주택 정책을 악용하고 있다"며 "기업의 이익이 최우선이 아니라, 서민들의 주거 환경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중근 회장은 출산 장려금과 기부금 같은 외형적 선행보다 입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주거 환경 개선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촉구했다.

이중근 부영 회장이 대한노인회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부영주택의 해명과 향후 과제

부영주택은 이번 사태에 대해 "우선분양 전환 합의서는 희망하는 입주민에 한해 작성하는 것이며, 이를 강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하자보수는 내부 절차를 거쳐 보수 범위와 처리 비용을 고려해 이행할 예정"이라며 "입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죄송하며, 앞으로 주거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입주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입주민들은 분양가 문제뿐만 아니라 하자보수 문제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단체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사건은 부영아파트 입주민들의 주거권을 둘러싼 갈등이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허점을 이용한 분양가 책정과 기업의 이익 우선주의가 서민들의 주거 문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 취임식장 입구.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의 취임식장 내부에 들어가는 인원을 행사요원들이 일일이 체크하는 바람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밖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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