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알짜 정보> '투자 귀재' 버핏이 현금을 쌓아둔 이유?...급락장 대비, 우량 종목 매입용 실탄 확보

[버크셔 2024년 3분기 13F 분석] 버핏, 자사주 매입 중단 … 두려운 것일까 기다리는 것일까?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12.26 16:47 | 최종 수정 2024.12.26 21:17 의견 0

[비즈체크=고영태 전문기자]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의 애플 매도가 이번 분기(2024년 3분기)에도 계속됐다. 버핏은 2016년에 애플을 매수한 이후 2023년 4분기에 처음으로 매도했지만 규모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올들어 매도 규모와 강도가 커졌고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보유량을 절반까지 줄이면서 증시 고점 등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버핏은 3분기에도 애플뿐만 아니라 다른 주식도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현금을 쟁여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난 6년 동안 지속됐던 자사주 매입도 중단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워런 버핏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인가를 알고 있을까?" (Does Warren Buffet Know Something That We Don't?)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투자의 거장인 버핏이 투자를 꺼리는 것이 자신들은 모르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주식을 매도하고 현금을 쌓아놓는 것이라면서 불안해한다고 보도했다. 버핏 클럽은 3분기 버크셔 공시 내용 가운데 현금 쌓기와 자사주 매입 중단의 속내를 짚어 보았다.


출처:www.fortune.com

4분기 연속 애플 매도, 보유 비중은 여전히 1위

버크셔 해서웨이가 공개한 2024년 1~3분기 13F와 10 Q(분기 실적 보고서)를 보면 버핏은 지난 1년 동안 애플 주식을 꾸준히 매도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1분기와 2분기의 매도 규모는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3분기에는 143억 달러로 이전 분기의 512억 달러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의 비중은 약 31%로 지난 분기 41%에서 10% 포인트 가량 줄었다. 그렇다고 해도 애플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없다.

출처: https://www.berkshirehathaway.com/

지난 2분기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도 지속적 매도로 보유량이 크게 줄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3분기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 주식을 97억 달러어치를 처분했다. 그 결과 2분기에 보유 비중이 3위였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두 번째로 많아졌지만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비중은 3위로 줄어들었다. 나머지 코카콜라와 셰브런의 경우 추가 매수나 매도가 없었고 시장 가치를 기준으로 한 보유 비중 순위도 변동 없이 각각 4위와 5위 자리를 유지했다.

계속되는 현금 쌓기, 3분기 현금성 자산 3,250억 달러

포트폴리오 비중 1위와 2위인 애플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 버핏은 지난 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현금 비중을 높였다.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단기 국채 포함)은 대략 3,25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분기 2,770억 달러보다 무려 480억 달러나 더 늘었다. 이번 분기 애플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를 매도한 금액이 240억 달러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타 주식 매도와 단기 국채 투자로 받은 이자 등을 합쳐 2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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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2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현금 비중을 줄였다가 4분기부터 현금성 자산 규모를 조금씩 늘려왔다. 2022년과 23년에는 분기마다 10억 달러 안팎으로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지만, 본격적으로 현금성 자산의 규모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1분기라고 할 수 있다. 23년 4분기에 처음으로 애플 주식을 매도한 이후 24년 1분기에는 보유 물량의 13%에 해당하는 1억 1,600만 주를 매도하면서 현금이 1,890억 달러로 급증한 이후 2분기에는 2,770억 달러 그리고 3분기에는 3,250억 달러를 넘어섰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너무 비싸, 자사주 매입 중단

출처: www.cnn.com

2024년 3분기 공시의 또 다른 특징은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버핏은 3,000억 달러를 넘는 엄청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신의 회사 주식을 단 한 주도 매수하지 않았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6년 동안 계속해서 자사주(BRK.A)를 매수했지만, 이번 분기에는 중단했다. 버핏은 2023년 4분기에 22억 달러어치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매수했고 올 1분기에는 29억 달러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하지만 애플 대량 매도로 시장의 고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지난 분기에는 3억 4,500만 달러로 매수 규모가 크게 줄었고 이번 분기에는 자사주를 아예 매수하지 않았다.

출처: https://www.berkshirehathaway.com/

CNN은 버핏은 지금까지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이 내재 가치(intrinsic value)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할 때만 자사주를 매입했다며 자사주 매수 중단은 버핏 스스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의 클래스A 주식은 장부 가치(book value)의 1.6배에 거래되고 있다. 과거에 버크셔 해서웨이는 클래스A 주식이 장부 가치의 1.2배 이상으로 거래될 경우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 이 정책은 2018년 폐기됐다)

도대체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이 얼마나 비싸길래 자사주 매입을 중단한 것일까? 버크셔 해서웨이의 클래스A 주식은 11월 5일 기준으로 664,750달러를 기록해 올해 들어 지금까지 21%나 상승했다. 이는 S&P500의 20%보다 더 높은 수익률이다. 최근 3년 동안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 상승률을 보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의 클래스 A 주식은 2022년 이후 지금까지 62.3%나 상승했다. 반면 S&P 500지수 가격은 같은 기간 동안 28.2% 상승하는 데 그쳤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가 시장보다 배 이상 상승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출처:www.fortune.com

CNBC 등 미국 경제 매체들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사주 매입 중단은 현재 시장에 대한 버핏의 판단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즉 엄청난 현금을 가지고 자사주조차 매입하지 않는 것은 현재 시장 전체가 고평가돼 있다는 의미이고 대선 이후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 CFRA리서치의 캐시 세이퍼트 애널리스트도 "버크셔는 더 넓은 경제의 축소판"이라며 버크셔의 현금 비축은 '위험 회피(risk-off)' 심리를 시사하며, 투자자들은 이것이 경제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위험 회피란 시장의 비관론이 큰 경우 위험을 회피하는 투자 전략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국채, 정기예금,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결국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여전히 4%를 웃도는 높은 이자를 챙기면서 시장이 저평가 국면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의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3분기 포트폴리오 종목 변동은?

현재 시장이 고평가돼 있다고 생각하는 버핏이 3분기에 새로 매수한 종목이 있을까? 지분을 모두 정리하거나 비중을 줄인 종목은 어떤 것일까? 우리 날짜로 11월 15일 공개된 버크셔 해서웨이의 2024년 3분기 13F를 살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3분기에 두 종목을 신규 편입하고 3종목의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지문을 졸인 종목은 6개였던 반면 추가로 매수한 종목은 2개로 집계됐다.

2024 3Q 포트폴리오 변동 요약 출처: www.whales.com

이번 분기에 새로 매수한 종목은 도미도 피자(DPZ)와 풀 코퍼레이션(POOL)으로 128만 주와 40만 주 정도를 각각 새로 포트폴리오 편입시켰다. 풀 코퍼레이션은 미국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영장을 유지하고 관리 보수하는 데 필요한 용품과 기자재를 판매하는 업체이다.

반면 애플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6개 종은 보유 규모를 줄였다. 특히 눈에 띄는 항목은 지난 분기에 새롭게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면서 주목을 받았던 울타 뷰티(ULTA)이다. 버핏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 분기 만에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울타 뷰티는 이번 분기에 보유 지분의 96% 정도를 처분했다.

보유지분 축소 & 처분 종목: www.whales.com

이 밖에도 리버티 미디어 시리우스 XM 그룹의 주식(LSXMA와 LSXMK)도 모두 처분했다. 버핏은 2분기에 또 다른 미디어 기업인 파라마운트의 지분도 모두 처분했는데 이번 분기에도 또 다른 미디어 기업의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어 앤드 데코(FND)는 미국 조지아주에 본사를 둔 인테리어 기업으로 타일 원목 등 건축물 바닥재와 주방과 욕실 등 인테리어 자재를 판매하고 있다.

출처:www.cnn.com

워런 버핏은 1968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리고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라(Be fearful when others are greedy and be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고 했다. 지금 시장의 공포 탐욕 지수가 탐욕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과 뱅크 오프 아메리카 등 주요 종목의 보유 비중을 대폭 축소한 3분기 버크셔 해서웨이의 공시는 버핏이 ‘자신의 말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 이 기사에 사용한 데이터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11월 13F 공시자료를 기본으로 작성했으며 데이터의 완전 무결성을 보장 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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