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현대차 사장의 '인도 증시 베팅 '에 그림자… 지나친 공모가와 소액주주 권리, 관치금융 등 난제 산적

현대차 인도법인도 상장 반대했지만 장 사장이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상장 첫날부터 예상과 달리 주가 7% 하락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10.23 14:02 | 최종 수정 2024.10.25 12:19 의견 0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22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의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열린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 기념식에서 타종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아중동대권역 김언수 부사장(왼쪽부터), 장재훈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인도증권거래소(NSE) 아쉬쉬 차우한 최고운영자(CEO)가 증시 상장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비즈체크=홍혜연 기자]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 Hyundai Motor India)이 지난 22일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번 IPO(기업공개)는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로 큰 관심을 모았으나, 상장 첫날 주가가 7% 이상 하락하면서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그 배경과 향후 과제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현대차 인도법인의 상장은 향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첩첩산중임을 보여주고 있다.

◇IPO 첫날 7% 하락, 지나친 공모가와 인도 시장 상황이 주요 원인

현대차 인도법인의 상장은 1421만 9000주를 주당 1865~1960루피에 공모해 총 2785억 6000만 루피(약 33억 달러)를 조달하며 인도 역대 최대 규모의 IPO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상장 첫날 주가는 7.2% 하락해 1819루피로 마감, 공모가 최하단인 1865루피 아래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이번 상장이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로 책정되었으며, 시장 상황과 맞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상장가 책정이 높았던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인도 자동차 시장이 아직 전기차 수요가 높지 않다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본사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 비용 부담 역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인도 자동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사업성이 향후 개선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웰스밀스증권(Wealthmills Securities)의 크란티 바티니 주식전략 이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IPO는 청약이 완료되었고 가격도 충분히 반영되었으나, 투자자들에게는 단기적인 이익이 별로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본적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투자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4조5000억원 확보, 하지만 인도 내 사업 확장에 제약 많아

이번 IPO로 현대차 인도법인은 약 4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 자금은 인도 내 다양한 사업 확장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도의 엄격한 외환 관리 시스템 때문에 대부분의 자금은 현지에 재투자될 가능성이 크다. 외화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이 쉽지 않아, 현대차 인도법인이 이 자금을 글로벌 차원에서 자유롭게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도 내에서 이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인도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수요가 아직은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현대차가 전기차 사업에 집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시장은 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차는 이를 대비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소액주주들의 강한 권리 보장, 경영에 큰 변수

현대차 인도법인이 상장하면서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른 것은 바로 인도의 소액주주 권리 보호 제도다. 인도는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법적으로 강하게 보장되는 국가로, 상장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소액주주들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직원의 월급을 일정 수준 이상 인상할 경우에도 소액주주 일부가 반대하면 이를 실행할 수 없다. 연간 10억 루피(한화 약 160억 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할 때도 소액주주 1%만 반대하면 그 투자가 무산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제도는 현대차 인도법인이 향후 사업 확장이나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사외이사가 대부분 거수기에 그치는 것과는 달리, 인도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실질적인 사외이사 역할을 한다. 이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강성 노조와 노동법, 노사관계도 새로운 과제

현대차 인도법인이 현지 상장법인으로 변모하면서 노사관계 문제도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인도는 노동법이 강한 국가로, 노동자들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삼성전자 역시 인도 노조와의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대차 인도법인도 노조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단순한 현지법인이었던 현대차 인도법인이 상장법인이 되면서 노조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노조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파업 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관치금융과 자금 운용의 어려움

현대차 인도법인이 직면한 또 다른 과제는 인도의 관치금융이다. 인도는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강한 국가로, 기업의 자금 운용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간섭이 있을 수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자금 흐름이 투명하게 관리되는지에 대해 인도 정부가 강력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자금 운용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은행 거래가 중단되는 등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대차 내부의 반대와 장재훈 대표의 주도

이러한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인도법인의 상장은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의 강력한 주도로 추진되었다. 현대차 그룹 내부에서도 이번 상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현대차 인도법인 내부에서도 상장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으나, 장 대표는 이를 강행했다.

장재훈 대표이사는 과거 현대글로비스에서 임원으로 재직하다가 현대차로 넘어와, 경영지원본부장, 국내사업본부장, 제네시스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2021년부터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첫 사장단 인사에서 발탁된 인물로,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장이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도법인이 현대차 본사 지분을 확보할 경우, 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의 관치금융과 소액주주들의 권리 보호 제도가 강력한 상황에서 이러한 계획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국제 언론의 시선과 향후 과제

국제 언론들도 이번 현대차 인도법인의 상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업가치가 190억 달러로 과대평가되었을 수 있다”며,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이제 본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기보다는 인도 내에서 독립적인 경영을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인도의 엄격한 금융 규제와 노동법, 소액주주들의 강한 권리 보호 제도 속에서 현대차 인도법인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홍혜연 기자 hongyang04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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