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이은주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최근 대규모 금융 사고로 13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금융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고는 ETF(상장지수펀드) 유동성공급자(LP) 역할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인해 발생했으며, 신한투자증권 내부통제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 중 중도 퇴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건 개요: 1300억원 손실의 배경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8월 초부터 10월 초까지 ETF 유동성공급자(LP)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인해 약 13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금융투자협회에 공시했다. 손실 금액은 신한투자증권의 연결기준 자기자본의 2% 이상에 해당하며, 내부 감사와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통해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손실의 주요 원인은 홀세일그룹 국제영업본부 산하 법인선물옵션부 실무자들이 LP 업무와 무관한 장내 선물 거래에 참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2024년 8월 5일, 코스피가 약 9% 급락한 '블랙 먼데이'에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거래를 시도하다 손실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손실을 감추기 위해 선물 거래를 스왑 거래로 허위 등록하는 방식으로 내부 보고를 왜곡한 사실도 드러났다.
◇내부통제 부실과 연이은 논란
이번 사건은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심각하게 부실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부 실무자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일으키고 이를 은폐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감시 시스템이 이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점은 명백한 관리 부실을 의미한다.
더불어,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퇴직연금 관리 소홀 문제로도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이 퇴직연금 신탁업무와 자산관리업무를 구분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고금리 원리금보장상품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점, 퇴직연금 납입금 부족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경영유의 및 개선 사항을 통보했으며, 과태료 1억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김상태 대표이사 사장의 거취와 내부 인사 변화 전망
이번 대규모 손실 사건으로 인해 신한투자증권 내부에서의 인사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내부통제 관리 임원들이 연말 인사에서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준법감시본부장 남궁태형 상무와 리스크관리그룹장 박진석 상무 등이 대표적인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나아가 김상태 대표이사 사장의 거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사장은 2022년 3월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취임해 2023년 연말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의 임기 중 퇴진 가능성이 배제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통상 1년씩 연임하던 신한금융그룹의 관례를 깨고 2년 임기를 부여받았던 김 사장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시 1년 임기만 보장받고 물러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손실은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일반적인 증권사 시스템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김 사장의 중도 퇴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4일 금융위원회 간담회에서 "금융권에서 횡령과 부정대출 등 금융사고가 지속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금감원으로 하여금 신한투자증권의 이번 사고를 철저히 검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병환, 신한투자증권 1천300억 운용손실에 "철저히 검사·조사"
한편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4일 신한투자증권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매매와 관련해 1천300억원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운용 손실이 발생한 것과 관련, "금융감독원으로 하여금 이번 사고를 철저히 검사·조사토록 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간부간담회에서 "금융권에서 각종 횡령, 부정대출 등 금융사고가 지속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가운데, 최근 신한금융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검사반을 파견해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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