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교육혁명을 시작할 때

건강교육문화 융합사업을 통한 인간교육혁명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10.14 11:30 의견 0

한 대학교의 선(禪)센터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선을 하고 있다. 동명대는 정(靜)과 동(動)의 조화로 현대사회의 스트레스로부터 심신을 지켜주고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도록 돕는 선(禪)수행학교를 운영하고 있다.[연합뉴스]

[비즈체크=서동석 수행문화전문가] 교육의 목적은 진리를 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서양에서 과학이 급속하게 발전한 요인은 르네상스 이후 인문정신의 발흥으로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진리를 자유롭게 추구하는 토양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문을 연구할 수 있는 자율성이 확보된 덕분에, 유럽은 종교개혁 이후 인간의 잠재된 창의력을 과학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물질과 이론 중심의 과학이 극한으로 발전하자, 인간의 정신은 오히려 황폐화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물질문명은 생태적 질서의 유지보다는 파괴에 일조하고 있다. AI의 출현으로 물질문명의 임계점은 더욱 빠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AI는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도 제공하고 있지만, AI를 특정세력이 독점해서 정보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 현재 오픈AI는 마치 큰 은혜라도 베풀 듯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유료화 되면 그들의 의도대로 우리의 삶을 제한할 수도 있다. 마치 고객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무료로 시작한 플랫폼 산업이 정보가 충분히 쌓이자, 삶의 편의성을 무기로 오히려 시장의 질서를 때때로 왜곡시키는 경우와 같다. 오픈AI도 유사한 부작용을 반복할 수 있다.

AI 자체의 데이터 시스템도 문제다. AI는 입력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보가 충분하지 않거나 왜곡된 정보일 경우에는 더욱 큰 위험을 초래한다. 요즘 문제가 되는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합성데이터의 오류는 심각하다. 이것을 악의적으로 활용한다면, 사회 질서가 혼란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서 여러 칼럼에서 반복해서 강조했듯이, 물질문명의 치우침을 정신문명으로 보완하지 못하면, 인류사회의 생태계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과학을 맹신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은 제한되고 통제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 안에서 일어나는 일부 변수들을 가지고 실증하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곧 잘 믿는 통계과학은 어떤 변수를 문항으로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통계를 조작해서 얼마든지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익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AI가 이렇게 이용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왜곡은 또 다른 왜곡을 끊임없이 불러들이고, 마침내 전체 사회시스템은 파멸에 이르게 된다.

결국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정신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도덕(道德)이란 말은 본래 ‘진리의 구현’이란 심오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공중도덕과 같은 서양의 에티켓 수준으로 그 의미는 퇴색되었다. 물질문화의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정신문화로 교육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균형을 맞추는 일은 사실 엄청나게 힘든 작업이다. 왜냐하면 의식의 불균형은 사회적 구조의 불균형 위에 근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혁명에 가까운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서양은 종교혁명, 산업혁명, 정치혁명 등을 통해 봉건적 구질서를 몰아내고, 합리적인 민주질서를 확립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를 보았다. 우리 사회도 혁명적 변화들을 통해 발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문명대전환의 차원에서 새로운 세계질서가 개편되고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 상태에서 우리의 정신문화가 바로 서있지 못하면, 무질서와 혼란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균형교육혁명의 당위성은 여기에 있다. 인간교육을 통해 정신문화 자체의 균형을 잡는 일이 가장 안전하게 사회변화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균형의식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와 종교로부터 인간교육을 분리시켜야 한다. 응용과학과 같은 전문지식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국가의 발전 전략을 짜는 정부의 정책적 변화에 따라 교육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인간교육은 외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본질적인 인간 존재의 관점에서 교육과 학습을 할 수 없다. 진리 추구라는 대전제 하에 인문도덕의 기본 도리를 깨우칠 때, 개인과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융합창의력을 배양할 수 있다.

인간교육이 제자리를 잡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토대는 정치권력의 변동과 관계없이 활동할 수 있는 ‘국가인간교육위원회(가칭)’의 설립이다.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교육의 정책이나 방향이 변하면, 제대로 된 인간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 경제, 종교 등 모든 영역에서 중도적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학제간 융합을 통해 시대 변화에 맞는 가치를 끊임없이 균형조율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은 나의 소망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힘든 과제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차선책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 균형교육혁명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수행문화와 인간교육을 사업화 하는 일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인간의 원초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사업을 통해 균형조율의 생활문화를 보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수행과 인간교육의 중심인 건강문화는 사업화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인간은 평생 의식주와 여가에 관련한 문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 건강교육문화 융합산업의 모델링을 통해 전국에 새로운 생활문화를 전파하면, 지방소멸, 인구감소 등의 현안들을 해결하면서,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우리는 융합문명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건강은 몸과 마음의 균형작용을 통해 구현된다. 균형건강은 창의력의 기본 토대가 된다. 융합창의력은 좌우 뇌의 균형작용으로 상승한다. 더 나아가 서양의 물질주의적 창의력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균형교육혁명을 통해 수행의 원리와 방법을 인간교육 커리큘럼에 접목하여 인간의 근본정신을 깨울 필요가 있다. 이미 서양은 수행을 활발히 연구하고, 그것을 의료와 교육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수행의 전통과 성향이 더 깊고 큰 우리는 균형교육혁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균형을 근원적으로 바로 잡을 수 있다. 사회 혼란이 극대화 되는 앞으로 2-3년이 교육혁명을 일으킬 적기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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