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의 밑빠진 물붓기... '국민 혈세' 회수율 겨우 8%

전세피해 여파…정부, HUG에 4년간 5조5천억원 수혈하고도
올해 1∼8월 집주인 대신 내어준 돈만 2조7천억원…회수율 8%로 급감

전세피해 여파…정부, HUG에 4년간 5조5천억원 수혈했다

홍선기 기자 승인 2024.10.07 18:57 | 최종 수정 2024.10.07 19:00 의견 0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024년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비즈체크=홍선기 기자] 전세사기와 역전세로 인해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4년간 5조5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HUG의 전세보증금 회수율은 갈수록 하락해 올해 1~8월 기준 회수율은 겨우 9%에 불과해 막대한 세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회수 실적은 부진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HUG는 2021년과 2023년 각각 3,900억 원과 3,849억 원 규모의 주택도시기금 출자를 받았다. 또한 올해는 한국도로공사 주식 4조 원을 현물로 출자받고 7,000억 원의 주택도시기금 출자를 추가로 받았다. 이에 따라 최근 4년간 HUG에 투입된 자금은 총 5조 4,739억 원에 이른다.

정부가 HUG에 출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전세보증 사고가 증가하면서 HUG의 손실이 커지고, 자본금이 줄어들 경우 전세보증 가입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HUG의 보증 한도는 자본금과 연동되어 전년도 자본금의 최대 90배까지 보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과거 70배에서 법 개정을 통해 90배로 늘어난 것으로, 법정자본금도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확대됐다.

HUG가 세입자에게 반환한 전세보증금(대위변제액)은 2015년 1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조 5,544억 원까지 급증했다. 올해 8월 기준 대위변제액은 이미 2조 7,398억 원에 달해, 연말까지 역대 최대 변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HUG가 지급한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에게 회수하는 비율, 즉 대위변제금 회수율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회수율은 2020년 74%에서 2021년 52%, 2022년 19%, 지난해 15%로 급락했다. 특히 올해 1~8월 회수율은 9%로, HUG의 회수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저조한 회수율에도 불구하고 HUG는 전세보증 수수료율 인상을 검토 중이다. HUG가 발주한 연구용역에서는 주택 종류와 보증금 규모에 따라 전세보증 수수료를 최대 2배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민홍철 의원은 “대위변제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자구 노력 없이 수수료율 인상으로 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려는 것은 문제”라며 “HUG의 자본 확충을 국민 세금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정책 방향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HUG의 운영 방식과 정부의 지원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 혈세로 지원된 막대한 자금에도 불구하고 회수 실적이 저조한 현실에서, 정부와 HUG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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