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무산된 호주·미국 방산 진출 꿈...'알짜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 인수 불발 왜?
한화측 "오스탈의 비협조로 협상 결렬"
외신 "호주와 미국 규제 당국에서 불허"
홍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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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5 18:53 | 최종 수정 2024.09.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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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체크=홍선기 기자] 한화오션이 추진해왔던 호주 방산 및 조선업체 오스탈(Austal)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한화오션은 25일 공시를 통해 "오스탈 경영진 및 이사회와 진행 중이던 인수 관련 협의를 이날을 기점으로 중단하기로 하고, 이를 상대 측에 통지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부터 오스탈 인수 제안을 이어왔으며, 올해 4월에는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한화오션이 오스탈에 약 10억2천만 호주달러(한화 약 9,300억원)의 인수 제안을 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협상은 끝내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종료됐다.
◇오스탈 인수 배경과 기대했던 시너지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의 방산 부문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오스탈 인수를 추진해왔다. 오스탈은 호주와 미국을 중심으로 해군 함정 및 고속 페리 등을 설계·제작하는 업체로, 특히 미국 해군에 선박을 공급하는 주요 방산업체로 명성을 쌓아왔다.
한화오션이 오스탈을 인수할 경우, 함정 사업에서의 시너지 효과는 물론 미국과 호주에서의 방산 시장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오스탈의 해외 매각은 호주와 미국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규제 리스크가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오스탈의 비협조와 협상 결렬의 이유
외신들은 오스탈이 한화오션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 중 하나로, 호주와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오스탈은 지난해 11월 호주 정부로부터 '전략적 조선업체'로 지정된 이후, 해외 기업에 매각될 경우 호주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와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등 여러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한화오션 측은 협상 결렬에 대해 오스탈 측의 비합리적인 요구를 문제로 지적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오스탈은 실사 이전에 500만 달러의 수수료를 선납하고, 미국 또는 호주의 승인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수수료를 돌려주지 않겠다는 비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협상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고, 결국 한화오션은 협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계획
한화오션은 "오스탈 인수 검토는 중단하지만, 호주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해서 모색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인수 무산이 한화오션의 해외 방산 시장 확장 전략에 일시적인 차질을 빚을 수 있지만, 다른 기회를 통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수 무산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은 방산 분야에서의 글로벌 확장 계획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한화는 이미 폴란드, 중동 등 여러 국가와 방산 계약을 체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호주를 포함한 다양한 국제 방산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한편, 오스탈은 해군 함정 및 고속 페리, 해상풍력 발전소, 석유·가스 플랫폼용 선박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미국 해군에 선박을 공급하는 주요 방산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협상 결렬로 오스탈은 해외 매각보다는 자체 성장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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