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하면 미래성장동력 해친다" ... 정만기 KIAF 회장, '상법 개정안의 함정' 산업발전포럼서 지적

“관념적 이상론, 현실에선 결정장애인 양산으로 미래성장동력 해칠 우려”
“현행 법체계로 해결 가능한 문제, 불필요한 개정 추진으로 사회적 갈등만 초래”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
”기업과 이사에 대한 소송만 증가하여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 될 것“

정구학 기자 승인 2024.08.29 12:01 | 최종 수정 2024.08.30 15:09 의견 0
정만기 산업연합포럼 회장.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 정만기)은 29일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 상법 개정안의 함정'를 주제로 제57회 산업발전포럼을 온라인(줌)으로 개최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부작용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거나 해석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 관념적 이상론은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 의견이 상황에 따라 각자 다른 현실에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이상론은 현실에서는 소극적 결정만을 강제하는 결정장애인을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사의 어떤 의사 결정도 장기투자자와 단기투자자 중 어느 한 쪽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면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것은 이상론으로 현실에선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회사가 미래투자를 단행하려는 경우 불확실성으로 단기투자자들이 반대하면서 소송제기를 불사하면 어떤 이사도 회사의 미래투자 의사결정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한 이사들의 소극적 의사결정은 투자성공에 의한 미래 주가 상승이라는 장기투자자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상 유지의 소극적 의사결정이라는 이러한 결정장애는 우리 기업들의 미래 투자를 위축시키면서 국가 차원에선 성장동력을 상실토록 하는 큰 부작용을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론 단기투자자, 장기투자자 포함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 외에 ‘총주주’를 포함하자고 주장하지만, 주주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에서는 주주 가치가 최우선인 주주우선주의가 법과 현실을 지배하고 있으며, 총주주의 재산이 바로 회사의 재산이므로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회사 외에 ‘총주주’를 위해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개정안은 어떤 새로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과 캘리포니아주 회사법은 ‘Corporations and it’s Shareholders’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는 ‘주주중심주의’ 아래 회사에 이익이 되면 주주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일반론적 차원의 문구일 뿐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서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정준호 의원은 이사 충실의무 규정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제출하였으나, 상법은 이미 1주 1의결권, 배당청구권, 신주인수권 등 이미 ‘주주평등원칙’을 통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장하고 있으며, 그보다 지배 주주에게 돌아가는 ‘비례적이지 않은 이익’(non-ratable benefits)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법상 이사가 지배주주 개인을 위해 불법적이거나 지배주주 또는 주요주주에게는 이익이 되면서 동시에 회사 (또는 전체 주주)에게 손해를 미친다면 그 사무를 집행한 이사는 이미 충실의무 위반으로 처리되는 동시에 배임·횡령의 문제로 형사처벌 대상이다”고 하며 “현행법상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배주주의 ‘비례적이지 않은 이익’이 문제가 되는 경우엔 독립성이 보장된 이사회(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의 승인과 그 특별이해관계자를 제외한 주주 총회의 승인이 있을 때 이사회의 경영 판단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해석하면 상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경영 판단의 원칙 : 이사들이 합리적이고 신의 성실하게 회사의 경영 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정에 대해 법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원칙

최 교수는 “동일인이 양 회사의 주요 주주라면 양 회사 간 거래는 주주간 이해상반거래가 될 수 있고, 이 경우 주주의 자기거래로 보아, 주요 주주의 자기거래를 규율하는 현행법 내에서 해석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상법을 개정하는 경우 물적분할·인적분할·합병과 같은 회사 리밸런싱을 기획하는 이사를 상대로 소액 주주의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높고, 선언적 규정의 입법만으로는 실질적 변화가 없으므로 법원의 판단도 변하지 않아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갈등만 초래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정토론에서 “22대 국회가 5월 30일에 개원한 것을 따져보면 오늘이 만 3개월이 되는 날이지만 그동안 국회에 제출된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은 10건을 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기간 동안 21대 국회에 발의된 기업지배구조 관련 법안이 5건인 것과 비교해 보면 과잉입법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는 주식회사를 둘러싼 법률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하여 이사는 회사에 대해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법리가 정립되어 있는데, 상법 개정안은 이러한 경향과 배치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 “그 동안 체계적으로 쌓아 올린 법리를 무시한 채 상법을 개정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곽관훈 선문대학교 법·경찰학 교수(한국경제법학회 회장)은 지정토론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위임계약 관계를 준용하기 때문에 계약당사자 사이에서만 선관주의의무가 적용되며 계약당사자가 아닌 이사와 주주 간에는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위임계약의 기본 법리와 모순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만일 상법상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도입되는 경우 그 책임의 범위가 불분명하여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사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고한경 브라이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지정토론에서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 이사가 주주 각자에 대하여 사무처리자가 될 수 없는 것은, 회사라는 법인체를 매개로 한 위임관계라는 본질에서 도출될 수밖에 없는 결론이기 때문에 충실의무 조항만 개정하면 오히려 전체적인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형사처벌과 달리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서는 우리 대법원이 이사가 주주 각자에 대해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는 ‘직접 손해’와 그와 다른 ‘간접 손해’의 구분에 관한 법리를 명시한 바 있으므로, 상법 제401조 제1항의 임무해태 범위에 대한 해석론을 통한 대안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지정토론에서 “만일 이사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면 실질적으로 주주에게 도움은 되지 않고, 기업과 이사에 대한 소송만 증가하여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욱 심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회사와 관련한 이해당사자는 주주뿐만 아니라 채권자, 근로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데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논의가 편중되어 있다”고 하며 “예를 들어 주주에게 많은 배당이 돌아가거나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이는 채권자의 이익과 상충 될 수 있으며 이사충실의무 대상 확대로 소송이 남발된다면 근로자, 지역사회 등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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