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문명 현장답사기> (6) "Magna Graecia" 시칠리아에 풍덩 빠지다.

보석 같은 섬, 체팔루는 이슬람, 노르만, 비잔틴양식 등이 혼재된 역사의 소용돌이 현장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08.26 10:21 | 최종 수정 2024.08.26 10:40 의견 0


[비즈체크=박용설 역사칼럼니스트] 국가가 부강해지면 주변국을 침략하여 영토를 확장하는게 국룰인데 수많은 도시국가(폴리스)로 이루어진 그리스는 일찍이 민주정이 발달한 때문인지 침략보다는 해양민족답게 바다를 통해 다른곳으로 이주하여 그리스문명을 이식한 도시를 건설하였다.(그리스에 우호적인 폴리스)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 남부를 시작으로 시칠리아와 흑해연안까지 진출하여 본토보다 더많은 폴리스가 생긴다. 이것을 마그나 그라키아(Magna Graecia : 대그리스 )라 한다.

팔레르모 전경

열흘간의 그리스 답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아테네를 출발하여 2시간여 비행끝에 팔레르모공항에 사뿐히 내린다. 공항에서 렌트카를 인수하여 체팔루로 향한다.

20일간 섬일주를 하며 그리스보다 더많은 그리스유적을 맞이할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오른다.

제주도의 14배, 풍부한 농수산물과 온화한 날씨, 아름다운 풍광은 보너스다.


인구 1만4천의 체팔루는 아름다운 해변과 유서깊은 건물이 많은데 이슬람,노르만,비잔틴양식등이 혼재되어있어 역사의 소용돌이가 얼마나 어지러웠는지 보여주고 있다.

침입자로부터 체팔루를 지키기위해 지어진 가장 높은곳의 성채 로카

로카는 긴세월이 지났어도 매우 견고하게 지어져 현재도 대부분의 원형이 잘보존되고 있다.

중세암흑기부터 대항해시대까지 쉴새없이 밀려드는 침입자로 인해 고된삶을 살았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성채에는 오늘도 무심한 관광객과 갈매기들만 부지런히 오간다.

비잔틴,이슬람,노르만양식이 혼재된 체팔루대성당


타오미나르 대성당앞 분수대

기원전 8세기경 침입자를 피하여 고지대에 건설된 타오미나르, 안전하다는 인식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여 더높은 고지대까지 주거공간이 확대되어 큰규모의 도시로 발전한다.

가장 번화한 움베르토거리는 밀려드는 사람으로 발디딜틈도 없지만 모두 즐겁고 유쾌하다.

골목 곳곳엔 버스킹도 많고 먹을것도 많고 다양한 볼거리도 많기 때문이다.

쇼핑의 성지 움베르토 거리

대원형극장중 풍광이 가장 빼어난 타오르미나 그리스원형극장

그리스 시대에 건설되어 지금도 연극,음악제등을 공연하는 매력만점의 당당한 현역이다.

무대 뒤로 보이는 에트나화산과 이오니아해의 모습은 공연장중 가장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입장료가 비싸 처음엔 투덜거렸지만 보면 볼 수록 매력이 있다, 반원보다 조금 더큰 객석이 특별하고 음향효과를 위한 객석밑 형태도 잘보존되어 고대음향연구에 좋은 사료가 될 것이다.

지금의 형상으로도 당시의 빼어난 모습을 유추할수 있지만 토막나서 방치되어 있는 원주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복원하였으면 그수려한 모습에 모두들 감동할텐데.......

시칠리아 역시 그리스처럼 유적 복원은 꿈도 못꾸고 입장료 수입에만 열심이다.

영화 대부(God Father) 촬영지였던 성당

타르미나보다 더높은곳에 영화 대부의 촬영지 사보카. 명성에 걸맞게 방문객이 많지만 성당 빼곤 볼 것이 거의 없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듯이...

여기저기 둘러보다 조금 허전해서 촬영 당시 소품이 있다는 카페를 방문했는데 커피가 어마 무지 비싸다. 영화 소품을 진심으로 보고싶어하는 경애님만 대표로 카페로 들어갔는데 소품은 보여주지 않고 돈먼저 계산하라는 말을듯고 살짝 의심이 들어 그냥 나왔다는 웃픈야그를 뒤로하고 더높은 곳~~ 뭔지 몰라 ”카스텔몰라“로 향한다.

돈키호테 닮은 카페 앞에서

카스텔몰라 입구

타오르미나 보다 더 높은곳에 있는 ”카스텔몰라“에 오르니 날라리 위생병 출신인 내가 그냥 딱 봐도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는 요새 느낌이다.

멀리까지 한눈에 보이는 탁트인 시야, 가파른 산세는 침략자들에게 난공불락의 철옹성, 독수리요새를 떠올리게 한다.

카스텔몰라에서 바라본 타오르미나

발아래로 타오르미나를 비롯 멀리 이오니아해까지 한눈에 보이는 기막힌 풍광이다.

그리고 저기 더 높은 산꼭대기에 성채는 또 뭐지?

알고보니 중세때 악명높은 사라센 해적들의 침입을 감시하던 감시탑이었다고 한다.

산꼭대가까지 가득찬 집들을 보며 문득 옛날 이높은곳에서는 식수를 어떻게 마련했을까?

유리가 없던 시절 창문은 뭘로 했을까?

궁굼한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호기심 많으면 배고프다던데......

낙소스 숙소에 도착하여 빨래를 하려는데 세탁기가 고장이다.

호스트왈 A/S 신청하였단다. 그런데 여긴 이딸리아~~

A/S맨이 나타날 날짜는 아무도 모른다, 며느리도 몰러~~~

손빨래를 할까 고민하다가 호스트에게 당신집에 세탁기있으면 돌려줄수있냐고 문의하였더니

“오늘 일요일, 우리는 쉽니다.”

“아~~ 네..... ㅉ”

저녁을 먹으며 손빨래 할까 말까 고민하던차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호스트 마리아가 올라와서

“세탁기 돌려드릴께요~~^^”

“아이구 감사합니다.~~^^”

얼마후 세탁한 빨래 바구니를 들고 오는 그녀의 따듯함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껴져 조심스레

“언제 식사 한번 할수 있을까요?”

얼마후 대답이 왔다.

“네~~~ 좋습니다.”

호스트 부부가 초대에 혼쾌히 응했다.

“모레 만나요~~

,

그래서 이루어진 저녁만찬, 동방예의지국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

삼겹살,문어숙회,칠리새우,쌀밥,배추된장국,파무침,무짱아치,오이김치,상추쌈, 대부분 한식이다.

살바토레,마리아 부부는 고급와인을 가져오고 타오르미나가 보이는 옥상에서 만찬이 시작된다, 삼겹살 상추쌈맛에 깜짝놀란 살바토레는 먹어본 고기중에 가장 맛있다고 쌍추쌈에 홀딱 반하고 마리아는 쌀밥과 배추 된장국에 반해 된장국을 세 그릇이나 비우고 모든요리에 어떻게 했냐? 재료는 뭐냐..등등 호기심이 많다.

말이 잘 안통할땐 번역어플까지 동원한 유쾌하고 정감넘치는 만찬은 타오르미나 야경이 반짝일 때쯤 끝났다.

헤어질 즈음 살바토레는 명함을 주며 다음에 오면 꼭 자기집으로 오라는 다정한 말한마디에

가슴이 찡하다.

내 생애 여길 또 올수가 있을까?

낙소스의 마지막밤은 깊어간다.

박용설 칼럼니스트 finder5300@hanmail.net

금융회사에 30여년간 근무하고 퇴직해 마라톤을 뛰고 있다. 로마사에 흠뻑 빠져 관련 책을 섭렵하고 있으며, 고대 로마의 역사 현장에 가서 배우기 위해 로마와 그리스 등에 직접 '한 달 살기' 체험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열혈 역사연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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