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성공인가

진리의 눈을 뜨고 진실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그것이 AI의 남용을 막는 최선의 길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06.17 10:29 의견 0

사회 구조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의식 구조다. 우리 사회가 모순과 갈등으로 크게 요동치는 것은 사람들의 의식이 조화롭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사회의 균형이 무너진 가장 강력한 실질적인 원인은 성공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은 경제적 관념과 직결된다. 우리는 영어 ‘economy’를 경제(經濟)라고 번역한다. 본래 이 영어 단어의 의미는 생산, 분배, 소비 등에 관련한 활동을 뜻한다. 한마디로 일체의 상업 활동이다. 그러나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을 줄인 용어로, 세상을 다스리고 사람들을 구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뜻에 따르면, 널리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경제활동을 할 때, 진정한 성공을 이룬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성공을 추구하고 있는지 성찰해볼 일이다.

많은 나라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었다. 미국에서 근대 자본주의 정신의 토대를 만든 인물은 18세기 계몽주의자인 프랭클린이다. 그는 합리적인 방식과 정신적 노력이라는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얻는 부를 소중이 여겼다. 그러나 산업혁명의 거센 폭풍이 신대륙에 휘몰아치자 건전한 정신은 사라지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중시하는 풍조가 미국 사회에 만연하게 되었다. 이때 다시 한 번 미국의 정신을 바로 잡은 사람이 19세기 초절주의자 에머슨이다.

참고로 에머슨의 시(詩)로 널리 알려진 〈무엇이 성공인가〉의 끝부분을 보면, 성공의 일상적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고 떠나는 것/ 자신이 살아온 행적으로 인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사실 이 시는 에머슨이 지은 시가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개작이 되면서 에머슨의 사상으로 승화된 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성공적인 삶을 추구하는 점에서, 에머슨의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에머슨은 물질문명을 부인하지 않고 자연과 인간사회의 공존을 추구하는 사회생태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의 환영 같은 물질의 현상을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영원한 본질의 진리다. 그는 진정한 삶의 의미가 진리를 깨닫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인생이라는 향연에서 최고의 날은 마음의 눈이 만물의 통일성과 법칙의 편재성을 바라보기 시작한 날이다.” 이 말은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고 한 공자의 말씀과 그 맥락이 다르지 않다. 에머슨은 인생을 진리를 향한 수습기간으로 보았다. 에머슨을 미국의 공자라고 부를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

에머슨의 집에서 지내면서 동양의 정신을 배운 생태주의자 소로우는 실질적인 심층생태주의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걸작 《월든》에서 숲에 들어간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인생의 본질만을 직면하고, 인생의 가르침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 그리하여 마침내 임종시에 내가 진정한 삶을 살았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소로우는 생태주의적 삶을 통해 가장 경제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소중한 인간성과 건강을 상실하는, 가장 비경제적인 삶을 살고 있다.

성인(聖人)들의 삶은 한결같이 진리를 향하고 있다. 예수는 우리가 완전한 사람이 되길 주문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씀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가 진리임을 선언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석가는 위없는 깨달음인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이루는 구체적인 원리와 방법을 말씀했다. 우리가 세상에 나온 이유는 단순히 물질적으로 잘 살기 위함이 아니다. 물질의 의미는 그로 인한 고통이 인간을 각성시키는 데 있다. 물질은 진리에 이르는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물질이 삶의 목적이 되었다.

AI시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아마도 AI가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붕괴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 것이다. 그 두려움을 종식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변화의 흐름을 대비하는 시대의 정신을 갖추는 일이다. 크게 부흥한 나라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시대의 정신에 일찍 눈을 뜨고, 그 흐름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종교혁명과 문예부흥의 자양분을 통해 자라난 인문과학정신을 바탕으로 산업혁명을 주도했다. 미국도 중세유럽에 버금가는 종교개혁과 미국의 문예부흥을 통해 국가 정신의 토대를 다졌다. 그 중심에 있던 에머슨은 동서양 종교사상을 통합한 보편정신을 제시했다.

AI가 초래하는 문명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살아남고, 도래하는 융합문명사회를 선도하려면, 우리는 보편적 정신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더 이상 대립할 시간이 없다. 우리 사회를 소통시키는 정신혁명이 우리가 살 길이다. 정신혁명의 기준은 양극단을 조율한 진실한 삶이다. 진리의 눈을 뜨고 진실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그리고 그것이 AI의 남용을 막는 최선의 길이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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