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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이자 SK㈜ 3대 주주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SK㈜ 주식 3,500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규모는 약 4억2천만원. 지분율 변화는 미미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단순한 개인 투자 이상의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지난 4월 14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SK㈜ 주식 3,5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최 이사장은 현재 SK㈜ 지분 6.65%를 보유한 3대 주주로, 최태원 회장(17.90%), 국민연금(7.75%)에 이어 높은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으나, 주요 주주 중 한 명이라는 상징성과 보유 지분율을 고려할 때 이번 매수는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단기 주가 반등+지배구조 이슈에 던진 ‘무언의 메시지’?

이번 매수는 SK㈜ 주가가 장기 박스권 하단에 머물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최 이사장이 매수에 나선 직후인 4월 18일, SK㈜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81% 상승한 12만5,200원에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배주주 일가가 직접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했다는 행위 자체가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한다.

특히 최근 SK그룹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과 자산 재편 이슈 속에서 SK㈜의 ‘정점회사’ 지위에 대한 투자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이번 매수는 일종의 ‘책임 의지 표명’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매수 수량 자체는 크지 않지만, 비경영참여 대주주의 움직임은 향후 그룹 지배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지분율 변화는 없더라도 정서적 주주 지지층 강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SK㈜ ‘저평가 구간’이라는 인식도 한몫

시장 일각에서는 최 이사장의 매수를 단순한 ‘저평가 구간에서의 가치 투자’ 차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SK㈜는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이 크고, 투자지주사로서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받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SK㈜는 최근 몇 년 간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신성장 투자 확대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주가 흐름은 제한적이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기원 이사장도 내부 정보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지금이 매수 적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분 승계·경영권 견제의 ‘미세한 포석’?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매수를 좀 더 장기적인 ‘지배구조 포석’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최기원 이사장이 경영에는 직접 나서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SK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높은 지분을 가진 핵심 일원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최태원 회장과 그의 자녀들이 보유한 SK㈜ 지분은 개인 승계나 지주회사 구조에서의 지배력 유지 측면에서 핵심 요소다. 향후 일가 간의 이해관계 정리, 공익재단 역할 변화, 유산 분배 등을 둘러싼 준비성 매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