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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기본설계 완료.사진은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HD현대 제공]

[비즈체크=홍선기 기자]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추진 방식을 이달 말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핵심 후보업체 중 하나인 한화오션에 대해 행정처분 여부를 공식 검토 중이라고 밝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개념설계 보고서 도표 등 27건을 무단 인용한 사실이 군 당국 조사에서 확인된 상태다. 이에 따라 방사청이 부정당업자 지정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 결정이 임박하면서, 한화오션에 대한 제재 여부가 사업자 선정의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방산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이지스구축함 사업이다. 총 6척을 건조할 계획으로 사업비는 7조8천억원에 달한다.

◇27건 도표 무단 활용…방사청 “행정처분 검토 중”

이번 사안은 2013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KDDX 기본설계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발생했다. 이 제안서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작성한 개념설계 보고서의 핵심 내용 중 도표·기술설명 등 27건이 출처 없이 사용되었으며, 심지어 원본 보고서도 장기간 무단 보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조용진 방사청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를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방위사업법상 부정당업자로 지정될 경우 일정 기간 방사청 발주 사업 참여가 제한되므로, 이번 검토 결과는 KDDX 사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방사청의 조사 의뢰를 받은 국군방첩사령부는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형사 입건은 하지 않았지만, 방사청은 별도의 행정 조치를 고려 중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첩사의 조사와 행정처분은 별개의 절차”라고 강조했다.

◇사업방식 결정 임박…제재 검토 시점 '논란'

특히 논란이 커지고 있는 지점은 제재 검토 시점의 적절성이다. 방사청은 오는 4월 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1번함 건조 방식에 대한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한화오션 제재 여부가 수의계약 방식 등 사업자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한화오션의 부정행위 문제가 HD현대중공업과의 경쟁 구도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방사청이 사실상 사업자 선택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조 대변인은 “KDDX 사업 추진 방안은 특정 업체의 제재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부정당업자 지정 시 자동 배제되는 현행 제도를 감안할 때 이 발언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제도 개선 목소리 커져

한화오션은 이 사안에 대해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발생한 일이며, 현재는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방사청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부정행위 발생 시점과 기업 통합 이후의 책임을 분리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방산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의 윤리성 검증을 위한 사전 자격 심사 체계도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DDX는 단순 조선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 전력 기반을 결정하는 전략적 국방 프로젝트다. 기술력과 생산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법적·윤리적 자격이 검증된 기업이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

한화오션, KDDX 등 차세대 함정기술 연구결과 발표.사진은 한화오션이 KMIST에서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연합뉴스]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