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정구학 기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가진 경험과 시선이 오히려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26일, KG스틸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용하지만 뚜렷한 이정표가 하나 세워졌다. 조선영 (47)광운학원 이사장이 KG스틸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공식 선임된 것이다. KG스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사외이사라는 타이틀은 단지 상징적인 수식어를 넘어서, 산업계에 변화를 촉구하는 하나의 선언처럼 다가온다.

조 이사장은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경제, 경영 학사를 거쳐 연세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KPMG와 베어링포인트에서 시니어컨설턴트 및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녀의 이름 뒤에는 3대에 걸친 교육과 공공 리더십의 계보가 고스란히 이어져 있다.

그 시작은 할아버지 고 조광운 선생. 그는 1934년 조선무선강습소를 세워 우리나라 전자·무선공학 교육의 불을 밝힌 개척자였다. 이 강습소는 훗날 광운전문학교를 거쳐 오늘날의 광운대학교로 성장했다. 해방 후 산업기술 교육의 불모지였던 땅에 '기술입국'이라는 씨앗을 뿌린 인물이다.

그 뜻을 이은 인물이 조선영 이사장의 부친, 고 조순태 박사다. 조 박사는 미국 오하이오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광운학원과 광운대학교를 성장시켰다.

이처럼 3대에 걸쳐 교육철학을 계승해온 조선영 이사장은 2018년 4월부터 13대 학교법인 광운학원 이사장을 맡은 이후 활동영역을 산업과 사회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 KG스틸 사외이사 선임도 그런 맥락 속에 있다.

KG스틸은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균형을 확대하고,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주총에서 ESG 위원회 설립이 공식화되면서, 조 이사장이 향후 지속가능 경영과 기업 거버넌스 개혁에 중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학 총장은 “조선영 이사장은 말은 적지만, 원칙과 책임감이 강하다”며 “갈등을 조율하고, 장기적 관점을 지닌 인물로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로 나라를 일으키겠다던 할아버지, 교육으로 세대를 키우던 아버지, 그리고 이제는 산업의 지배구조에 균형을 더하는 손녀까지 대한민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영 광운학원 이사장 [광운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