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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IDEX 2025 참가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국제방산전시회(IDEX) 2025에 참가해 K-방산 종합 역량을 선보이며 중동·북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한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IDEX' 2025에 설치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통합전시관 전경. 2025.2.17 [한화시스템 제공]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 그룹 전체 주가 급락…시장, 유증에 강력한 ‘경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표한 3조6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 여파가 한화그룹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을 정리하며 1조3천억 원의 현금을 챙긴 직후, 그 부담을 일반 주주에 떠넘기듯 초대형 유증을 발표하자, 시장은 곧바로 실망감으로 응답했다. 21일, 한화그룹주 전체가 동반 폭락하며 자본시장이 ‘한화 式 자본주의’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보다 13.02% 급락한 62만8천 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한때 15.79% 하락해 60만 원 선까지 무너지기도 했다. 충격은 그룹 전반으로 퍼졌다. 한화(-12.53%), 한화시스템(-6.19%), 한화솔루션(-5.78%), 한화오션(-2.27%) 등 주요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내리막을 탔다. 단일 기업의 유상증자 발표가 그룹 전체 주가를 무너뜨린 건, 이번 사안이 단순한 투자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신뢰 붕괴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 ‘1조 챙기고 3조 청구서’…거꾸로 가는 순서
유상증자 발표 시점은 특히 문제로 지적된다. 바로 일주일 전인 13일, 한화에어로는 김동관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천억 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총수일가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투입했던 자금을 회수했고, 그 직후 한화에어로는 주주들을 향해 “3조6천억 원을 다시 넣어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이 거래로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방산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뒤따랐고, 자금 회수는 사실상 완료됐다. 문제는 이러한 거래 뒤 부족해진 실탄을 왜 일반 주주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 실적 좋아도 유증?…비판 쏟아진 자금조달 방식
실제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1조7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는 2조8천억 원, 내년에는 3조5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의 최광식 연구원은 “향후 수년간의 이익으로도 투자금 조달이 가능한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택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도 즉각 반응했다. 삼성증권, 다올투자증권, DS투자증권은 이날 일제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며 유증 방식에 유감을 표했다. 투자 목적엔 공감하지만, 방식은 납득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 전문가들 “전형적 사익 편취…구조에 문제 있다”
그룹의 현금 창출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이 총수 일가의 투자 회수에 먼저 쓰이고, 그로 인해 줄어든 실탄을 다시 유상증자로 채우는 구조는 ‘전형적인 사익 편취’로 비쳐지고 있다. 투자 방향은 맞지만, 투자 방식이 잘못됐다는 시장의 냉소적 반응이 바로 그 증거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조3천억 원은 오너 일가가 챙기고, 3조6천억 원은 주주가 채우는 방식은 전형적인 불공정 거래”라며 “합리적 경영 판단으로 보기 어려운 구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화 측은 “유럽·중동 등에서 전략적 투자가 몰리는 ‘골든타임’에 선제적 자금 확보가 필요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너 지배력 강화와 자금 회수 뒤 유상증자라는 타이밍은 이 주장을 무디게 만든다.
이번 한화 사태는 그런 기본 원칙이 오너의 ‘단기 승계 시나리오’ 앞에 얼마나 무기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와 투자금 회수가 끝난 뒤, 일반 주주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이번 구조는 다시 한 번 우리 자본시장의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냈다.

한화그룹,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화그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 전경. 2024.6.21 [한화그룹 제공]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