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 = 박용설 역사 칼럼니스트] ‘British Empire’ 해가 지지않는 나라 대영제국, 총각 국왕 에드워드 8세 때문에 온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에드워드 8세는 젊고 매력적인 국왕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는 왕실의 격식을 극도로 싫어했다. 공식 행사보다 파티를 좋아했고 형식적인 행사보다 개인적 행복을 중요시 했다.
일반 시민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함께 즐기는 서민적 파격은 왕실을 당혹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윌리스 심슨’ 이라는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세련된 여성이었다. 에드워드 8세는 한눈에 홀딱 반했다. 그는 심슨과 여러번 만나며 사랑에 빠져 결혼을 생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여인은 이미 두번이나 이혼한 미국인이었다.
윌리스 심슨
당시 영국 왕실 법도에는 이혼한 여성을 왕비로 받아드릴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에드워드 8세는 그런것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며
“나는 그녀 없이는 살 수 없다!”라고 외쳤다.
왕실과 정부는 충격에 빠졌다. 왕이 공식적으로 이혼녀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총리 스탠리 볼드윈은 국왕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첫째. ‘윌리스 심슨’과 헤어지고 왕위를 지킨다.
둘째. 왕위를 포기하고 ‘윌리스 심슨’을 선택한다.
대다수의 영국 국민들은 왕이 사랑을 포기하고 왕위를 지킬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에드워드 8세의 선택은 달랐다.
1936년 12월10일 많은 비가 내리는날, 에드워드 8세는 공식적으로 왕위에서 물러난다.
그는 라디오 연설을 통하여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랑하는 심슨의 도움 없이는 왕으로서의 의무를 다 할수 없다.”
“사랑은 왕관보다 소중하니까.”
그는 동생 ‘조지 6세’(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에게 왕좌를 넘기고 자신은 ‘윈저 공작’이 되어 뒤도 안돌아 보고 영국을 떠난다.
둘은 프랑스로 건너가 영국왕실의 외면속에 16명의 지인들만 모인 가운데 결혼식을 올리는데
왕에서 물러난 공작치고는 보기 드문 스몰웨딩 이었다. 영국 왕실을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철저하게 냉대했고, 철저히 무시했다. 4 가지 없는 동생 조지6세는 형을 왕실행사에 단 한번도초대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경제적 지원도 외면 하였다. (혹시 왕위 다시 달랠까봐?...)
프랑스에서 에드워드의 심슨에 대한 사랑은 변함 없었다.
오히려 처절하리 만큼 사랑하였고 그 감정은 점점 깊어만 갔다.
왕족 출신임에도 생활은 상당히 소박했으며 매일 아침 같은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고 주민들과도 격의없이 어울리며 살았다.
어느날 심슨을 위해 계란 프라이를 하다가 부엌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었는데 심슨은 황당해 하며 “제발 요리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는데, 그 후론 부엌 출입금지 당하였다.
어릴 때부터 황태자가 부엌에 들어갈 일이 있었을까? 이렇게 소박한 사람 이었다.
특히 동네 아이들에게 늘 친절했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다.
에드워드는 살아생전 왕위를 포기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죽기전 한 인터뷰에서
“내 유일한 후회는 심슨이 왕비라는 칭호를 받지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 심슨에게 ‘공작부인’ 칭호만 주어진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영국 왕실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는데 1972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큰아버지인 에드워드 8세를 프랑스까지 찾아 왔다. 그때 에드워드는 이미 건강이 많이 악화된 상태였지만 조카인 여왕의 손을 조용히 잡고 아련한 과거를 회상하며 희미한 미소로 답하였다.
그 만남 몇주후 사랑을 위해 왕관을 버린 로맨스가이, 에드워드는 끝까지 사랑으로 물든 삶을 마감하였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고향, 영국 윈저성에 영면 하였다.
에드워드 8세의 왕위 포기는 세계 역사상 가장 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남았다.
그는 영국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326일) 동안 왕으로 있었고 왕위보다 사랑을 선택한 유일한 영국 국왕이 되었다. 그의 선택이 현명했는지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겠지만
“그는 사랑을 위해 모든걸 걸었던 사나이였다.”
박용설 역사 칼럼니스트 finder5300@hanmail.net
금융회사에 30년간 근무하고 마라톤을 뛰고 있다.
로마사에 흠뻑 빠져 관련책을 섭렵하고 있으며 고대로마의 역사현장에 가서 배우기 위해 로마와 그리스등에서 직접 ‘한달살기’ 체험을 하면서 공부하는 열혈 역사 연구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