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삼부토건 제공]

[비즈체크=홍선기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운데, 국내 1호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삼부토건이 10년 만에 다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 악화와 연이은 경영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4년 연속 영업손실과 급등한 부채비율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지난 24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삼부토건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은 67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6% 증가했으며, 부채비율은 838.5%에 달해 재무건전성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반복된 위기와 회생 시도

삼부토건은 1948년 설립돼 국내외에서 토목, 건축, 주택사업을 전개하며 성장해왔다. 특히 1965년 국내 첫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취득하며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1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상환에 실패하며 처음으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가 금융기관과의 자율협약을 통해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실패로 2015년 8월 다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며 경영난이 지속됐다. 이후 2017년 휴림로봇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으나, 경영 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기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삼부토건은 유라시아경제인협회 등과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주목받았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수혜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주가 조작 의혹과 신뢰 하락

지난해에는 주가 조작 의혹이 불거지며 경영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삼일회계법인은 삼부토건의 2024년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의견을 거절했으며,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해당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한동안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삼일회계법인은 2024년 상반기 기준 삼부토건의 영업손실이 409억 원, 당기순손실이 516억 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위기

삼부토건의 유동성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1,712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이에 따라 단기 상환 압박이 가중됐다. 이러한 자금 압박은 회생절차 신청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와 앞으로의 과제

삼부토건은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시공 능력 평가에서 71위를 기록한 중견 건설사로, 아파트 브랜드 ‘삼부 르네상스’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로는 △서울 중랑구 묵동 화랑로 진출입 공사(108억 원) △제주 서귀포시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358억 원) △중부내륙선 이천-문경 철도건설 제7공구 노반신설 공사(960억 원)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삼부토건의 경영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이번 회생절차가 과거와 달리 성공적인 재정비와 재기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법원의 회생절차가 본격화되면 삼부토건은 자산 매각, 채무조정, 경영개선 계획 등을 통해 재건을 도모하게 된다. 하지만 반복된 회생 시도로 인해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최대 과제로 남아 있다.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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