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지난해 4분기 2조9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AI 시장의 확대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기대만큼의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PC 및 모바일 수요 침체와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연간 매출 첫 100조 돌파…하지만 시스템LSI·파운드리 적자 지속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 300조8709억 원, 영업이익 32조726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6.2% 증가한 수치로, 300조 원대를 유지한 것은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연간 매출 111조1000억 원을 달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4분기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4분기 영업이익은 6조4927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7조6376억 원)보다 15% 낮았다. DS 부문은 서버용 고부가가치 메모리 판매 증가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3% 늘었지만,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여전히 적자가 지속됐다.
◇ 고사양·고용량 제품 강화…실적 반등 가능할까?
4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은 30조1000억 원, 영업이익은 2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메모리 부문은 D램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연구개발비와 첨단 공정 확대를 위한 초기 투자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 투자도 대폭 늘렸다. 4분기 연구개발비는 10조3000억 원으로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고, 연간으로는 35조 원을 투자했다. 시설투자 역시 4분기 17조8000억 원을 집행하며 사상 최대 규모인 53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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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더 좋아졌나?' 갤럭시 S25 사전판매 시작= 삼성전자 갤럭시S25 시리즈 사전판매가 시작된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 매장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올해 반등 가능할까…HBM3E가 핵심 변수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까지 반도체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AI 스마트폰 및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고사양·고용량 제품 수요 증가에 맞춰 첨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D램에서는 1b 나노 공정을 확대해 DDR5와 LPDDR5X 공급을 늘리고, 낸드는 V6에서 V8 공정으로 전환하며 서버용 V7 QLC SSD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2분기부터 메모리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레거시 제품 비중을 줄이고 첨단 공정 제품으로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시장 침체가 지속되지만, 하반기부터는 범용 메모리 가격 회복과 HBM 양산 확대가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분기부터 HBM3E 12단 제품이 본격 출하되면서 엔비디아, 브로드컴, 구글, 아마존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될 전망이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3분기부터 HBM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 등에 공급되면서 AI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젠슨 황 CEO가 삼성 HBM3E에 남긴 사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면, 한화투자증권 김광진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이 경쟁사보다 적어 가격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HBM3E 12단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메모리 부문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올해 상반기 부진을 털어내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과연 삼성전자가 HBM3E의 성공적인 시장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