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여유' 고려아연, MBK와의 대화 제안…경영권 안정화와 협력 강조

고려아연 "MBK 추천으로 이사회 구성…분쟁 장기화 원치 않아"

정구학 기자 승인 2025.01.24 17:30 의견 0

임시주총 관련 고려아연 기자회견 = 24일 오후 서울 용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전날 열린 임시주총 결과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왼쪽부터 이제중 부회장, 박기덕 대표이사, 신봉철 노조부위원장. [연합뉴스]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MBK 파트너스(이하 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안정적인 결과를 얻은 뒤, MBK에 대화를 제안하며 협력 의지를 밝혔다. 회사는 갈등의 장기화를 지양하고, 회사 발전을 위한 상호 신뢰와 협력을 강조했다.

◇경영권 방어 성공… MBK와의 협력 여지 열어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순환출자 구조를 활용해 영풍 측 의결권을 제한함으로써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로써 이사회는 총 19명 중 18명이 최 회장 측 인사로 구성되었고, 영풍·MBK 측 인사는 장형진 영풍 고문 1명만 남았다.

이날 결과를 바탕으로 고려아연은 기자회견을 열어 MBK에 대화를 제안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문을 MBK에 개방할 의향이 있다”며 “MBK가 추천하는 인사를 이사회에 포함시켜 거버넌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의 권고를 언급하며, MBK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할 수 있다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도모하고, 나아가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MBK의 자금력 활용 가능성 제시

박 대표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MBK의 자금력을 높이 평가하며, “MBK는 자금력이 뛰어난 사모펀드로, 앞으로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로이카 사업은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핵심 성장 동력으로, 이 과정에서 MBK의 자금을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는 “분쟁의 장기화를 원하지 않는다. 소모적인 갈등은 회사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며 MBK 측에 대화와 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임시 주총에서 발언하는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환출자 구조와 관련한 법적 쟁점 반박

임시주총 하루 전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을 취득한 것을 두고 MBK 측이 공정거래법 위반과 배임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박 대표는 “위법이나 탈법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단호히 반박했다.

그는 “SMC는 주식회사로서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있으며, 공정거래법 적용 여부와 관련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MBK 측에서 법적 대응을 한다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거래법 36조 위반 주장에 대해 “이 부분은 법적 쟁점이 될 수 있지만, 고려아연의 입장은 명확하며 관련 법규를 준수했다”고 말했다.

◇협력 강조하며 MBK에 대타협 제안

고려아연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장기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해 협력을 제안했다. 박 대표는 “MBK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사회 구성뿐만 아니라 경영 참여와 사업 협력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제안에 대해 MBK 관계자는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이 같은 제스처가 향후 갈등 해소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분쟁을 계기로 경영권을 안정화하고, 글로벌 사업 확장과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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