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이은주 기자] 두산그룹이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 부활 정책에 힘입어 재도약을 노렸지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되며 큰 타격을 입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두산밥캣의 분할합병안이 주가 급락으로 좌초되면서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됐다.
◇분할합병 무산, 주총 철회로 드러난 위기
두산에너빌리티는 10일 공시를 통해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관하는 분할합병안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됐다는 의미다.
임시 주총은 오는 12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비상계엄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인해 주식매수청구권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났다"며 주총 철회를 결정했다. 회사 측은 "찬성 의사를 밝힌 주주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가와 약속된 매수청구 가격 간 괴리가 크게 확대되면서 분할합병 가결 요건 충족이 불확실해졌고, 매수청구권 행사 비용이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윤 정부 원전 정책 수혜, 비상계엄에 발목
두산그룹은 윤석열 정부의 원전 부활 정책에 따라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주가 급락은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에 직격탄이 됐다.
분할합병 추진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주주들의 반대 의견을 완화하려 했으나, 비상계엄으로 인해 약속된 주가와 실제 주가 간 괴리가 커지면서 매수청구권 비용이 약 6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성장 산업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과 맞먹는 수준으로, 결국 회사는 분할합병 실익을 잃게 됐다.
◇두산의 성장 전략, 뿌리부터 흔들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를 3대 축으로 하는 미래 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두산밥캣의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겨 로봇 및 인공지능(AI) 사업을 강화하고, 두산에너빌리티는 확보된 자금을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 등 첨단 에너지 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분할합병 무산으로 인해 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은 좌초됐고, 기존 중공업과 건설기계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윤 대통령의 원전 정책 수혜로 성장 모멘텀을 잡았지만, 이번 비상계엄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되며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이 만든 유탄, 두산의 딜레마
이번 사태로 두산그룹은 중장기 성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비상계엄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며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 부담이 커졌고, 이를 통해 로봇 및 첨단기술 사업에 집중하려던 두산로보틱스의 계획도 좌초됐다.
두산그룹은 이번 분할합병을 통해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지만, 비상계엄이라는 돌발 변수가 이러한 계획을 무산시키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윤 정부와의 연계 효과, 오히려 부담으로
윤석열 정부의 원전 부활 정책 덕분에 두산그룹은 한때 재도약의 기회를 잡았지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오히려 정부와의 연계 효과가 부메랑이 된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기존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가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두산그룹은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산그룹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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