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신제품 맥주 '크러시', 저조한 점유율로 고전
롯데그룹 재무상황 안좋은데 ‘효자’는 커녕 ‘불효자’ 품목으로
하이트진로 테라와 오비백주 카스의 견고한 브랜드에 밀려 점유율 5%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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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0 15:10 | 최종 수정 2024.12.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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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체크=홍혜연 기자] 롯데칠성이 1년전 야심 차게 선보인 맥주 신제품 '크러시(KRUSH·사진)'가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를 위해 기존 맥주와는 차별화된 콘셉트로 출시됐지만, 현재 전국 점유율은 5%에 그치며 기존 맥주 강자들 사이에서 자리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도전, 크러시의 탄생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출시된 '크러시(KRUSH)'라는 제품명은 '반하다', '부수다'라는 뜻의 영단어 'Crush'에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의 헤리티지를 담은 알파벳 'K'를 더한 것이다. 이는 '낡은 관습을 부수고 새로움으로 매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크러시는 기존의 국내 맥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청량한 탄산감을 강조하기 위해 독특한 숄더리스병을 도입했으며, 패키지 겉면에는 빙산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과 투명병을 적용해 시각적 청량감을 극대화했다. 또한 몰트 100%의 올 몰트 맥주로, 분리 추출한 유러피안 홉과 홉 버스팅 기법을 통해 맥주의 시원함과 청량함을 한층 더 살렸다.
◇치열한 시장 경쟁 속 약세
국내 맥주시장은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구조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로 시장을 선점한 데 이어, 최근 켈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유흥업소와 음식점에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기존 테라를 유통망에 유지한 채, 일부 매장에서 켈리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오비맥주 역시 카스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꾸준한 판매량 덕분에 시장 점유율을 쉽게 내주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스는 이미 '국민 맥주'로 자리 잡은 만큼 새롭게 출시되는 경쟁 제품들이 점유율을 잠식하기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의 재무 상황 부담
크러시의 부진은 롯데칠성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전체에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국내외 경기 침체와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업과 화학사업 부문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며 그룹 전체의 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롯데그룹은 대규모 투자와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이 약화되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롯데칠성의 크러시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의 추가 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크러시의 성공 여부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세로는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케팅 투자 대비 더딘 성장
크러시는 비교적 높은 판관비(판매관리비)를 투입하며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의 켈리나 오비맥주의 한맥과 비교했을 때, 판관비 대비 성장률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롯데칠성은 젊은 층을 겨냥한 온라인 홍보와 트렌디한 디자인을 내세웠지만, 소비자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업소 및 유흥업계에서는 크러시의 낮은 판매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음식점과 주점에서는 "크러시는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품 구성을 재조정하거나, 아예 제품을 빼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한 업소 대표는 "손님들이 주로 찾는 제품은 카스나 테라"라며 "크러시는 신제품이지만 손님들의 선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맥주시장은 단순히 제품 품질뿐만 아니라 소비자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 크러시의 성공 여부가 롯데칠성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전체에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홍혜연 기자 hongyang04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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