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그룹 오너家, 4세대로 내려갈수록 고위직 승진 빨라져
리더스인덱스 분석…임원→회장 3세대 18.7년, 4세대 12.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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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PG) [연합뉴스]

][비즈체크=홍선기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경영 승진 속도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빨라지고 있다. 10일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 기준 상위 100대 그룹의 오너 일가 835명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290명을 분석한 결과, 승진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회장단 평균 나이도 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에서 회장까지의 승진 기간, 4세대에서 급속 단축

리더스인덱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경영에 참여 중인 1세대 창업자 9명 중 6명이 여전히 기업을 이끌고 있다. 2세대는 353명 중 130명, 3세대는 391명 중 132명, 4세대는 80명 중 28명이 경영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율은 세대가 내려갈수록 점차 감소하고 있다.

경영 승진 속도는 반대로 더 빨라지고 있다. 2세대는 평균 28.7세에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4.8년이 걸렸으나, 3세대는 29.6세 입사 후 3.8년 만에 임원이 됐고, 4세대는 평균 28.8세에 입사해 7년 후 임원이 됐다.

고위직 승진 속도도 가속화됐다. 임원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2세대 8.3년, 3세대 9.9년에서 4세대 9.7년으로 단축됐으며, 부회장까지의 승진 기간은 2세대 12.3년, 3세대 12.9년에서 4세대 10.4년으로 2년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회장 승진까지 걸리는 시간은 2세대 16.5년, 3세대 18.7년에서 4세대 12.7년으로 대폭 단축됐다. 이로 인해 회장단의 평균 나이도 2·3세대의 50.5세에서 4세대는 46세로 크게 낮아졌다.

등기임원 비율 하락과 공정성 논란

하지만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 일가의 등기임원 등재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2세대의 등기임원 비율은 70%였으나, 3세대와 4세대는 각각 46.2%와 46.4%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는 경영 참여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 세습 경영 구조에 경고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승진 구조가 대기업의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경제 전문가는 “재벌가의 경영 승진은 여전히 혈연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공정성과 경제 구조의 투명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이로 인해 경제 생태계 전반에 불균형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영 승계는 기업 내부의 신뢰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기업 이미지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가 경영, 공정성과 투명성을 논의할 때”
이번 분석 결과는 대기업 승계 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다시 한번 재검토해야 할 시점임을 보여준다. 세대를 넘어 대물림되고 있는 경영권이 과연 시대의 요구를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는 승계의 속도를 넘어 공정한 승계 과정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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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인덱스 제공]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