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셀트리온 제공]

[비즈체크=홍선기 기자] 셀트리온이 그룹 총수 서정진 회장의 사익을 위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3일 셀트리온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 4억3천5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헬스케어, 총수 지분 88%의 특수관계인 회사

공정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08년 셀트리온헬스케어(이하 헬스케어)와 판매권 부여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헬스케어는 서정진 회장이 88.0%의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인 회사다. 계약에 따라 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리스크를 공동 부담하며, 향후 개발된 바이오시밀러의 국내외 판매권을 보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허가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헬스케어는 적자가 누적되고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이에 셀트리온은 2009년 기존 계약을 변경해 헬스케어의 의약품을 보관료 없이 보관하기로 합의했다. 2012년에는 계약을 개정해 보관료 지급 규정을 아예 삭제했다.

◇공짜로 넘긴 상표권…계열사 지원은 ‘현재 진행형’

셀트리온은 또 2009년부터 2019년까지 헬스케어에 자사가 등록·보유한 ‘셀트리온 상표권’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2016년부터는 서 회장이 69.7%의 지분을 보유한 또 다른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상표권을 무상 제공했다.

셀트리온은 2018년 이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인지하고, 그동안 받지 않은 상표권 사용료를 자체적으로 산정했으나, 무상 제공 행위는 2019년까지 계속됐다.

공정위는 셀트리온의 이러한 행위가 헬스케어와 스킨큐어에 약 12억1천만 원의 부당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셀트리온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16년 이후의 지원 금액만 산정했다. 대기업집단에만 적용되는 사익편취 규정을 고려한 것이다.

◇‘총수 고발 없어’…부실한 제재 논란

서 회장에 대한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공된 이익이 50억 원 미만이고, 동일인의 지시나 관여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서 회장이 높은 지분을 통해 사실상 회사 운영을 장악한 상황에서 이러한 판단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를 두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의약품·제약 분야에서 사익편취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며 “특수관계인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건전한 거래 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의 사례는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와 사익편취가 여전히 심각한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관련 제재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도록 공정위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기조연설 하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국민의힘 서울시당 제공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