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벌 이준용 회장이 전셋집에 사는 사연

이준용 DL 명예회장 서울 신문로 자택을 ‘김수환 바보재단’에 기부하고 전세로 살아
통일펀드에 가장 많은 2,900억 기부, 장남 이해욱에 회사 경영권 물려주고 무소유 실천
포항 태풍피해 등 참사 때도 개인 돈으로 10억-20억원씩 기부하고도 밖으로 안알려
10년전 부인과 사별했을 때도 장례 치르고 나서 회사 임직원에게 알렸을 정도

이은주 기자 승인 2024.07.24 11:08 | 최종 수정 2024.08.05 11:45 의견 1

이준용 DL 명예회장.[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이준용 DL(전 대림산업) 명예회장(86)이 자신의 저택을 천주교 재단인 바보의 나눔에 기부하고, 전셋집에 사는 등 재벌가문 중 독특하게 ‘무소유’에 가까운 삶을 실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시가로 150억원대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저택을 지난 2019년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에 기부하고, 근처 종로구내 다른 집에 전세로 살고 있다. 기부한 저택은 이 회장이 1985년 10월부터 2019년12월까지, 33년 2개월간 살던 곳이다. 재단 바보의나눔은 스스로 ‘바보’라 부른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 정신을 이어가고자 천주교에서 2010년 2월 설립한 비영리 공익 재단법인이다.

이준용 명예회장이 바보의나눔에 증여한 단독주택은 1985년10월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대지 면적이 991.7㎡(300평), 건물 연면적이 584.12㎡(176.7평)에 이른다. 서울 종로구청은 이 주택의 개별주택공시지가를 2019년 당시 76억4000만원으로 평가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시가로 150억-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2016년 남북통일을 위해 통일과나눔 공익재단에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342만7000주, 2868억원 추산)을 사재출연해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이는 통일과나눔 재단에 기부한 액수로는 역대 최대금액이다.

또 1995년 대구 지하철공사 현장 폭발 사고 때 피해복구와 유가족 성금으로 20억원, 2017년 경북 포항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해 10억원,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해 10억원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2019년 6월에는 국내 지진 연구와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해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에 3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이렇게 기부를 많이 하고도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싫어해 기부를 받는 재단과 수혜자측이 언론에 나는 것을 막느라고 곤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DL그룹의 한 전직 임원은 “연말 사랑의열매 측이 이준용 명예회장님의 기부액수를 언론에 알린다는 소식을 미리 듣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찾아가 언론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심지어 자신의 부인인 한경진 여사(작고 당시 75)가 2014년 10월 별세했을 때도 부고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가족장으로 치렀다. 유족은 발인을 마치고 나서야 오후에 대림산업 사내게시판을 통해 별세 소식을 알렸다. 앞서 같은 해 4월 이 명예회장은 모친상을 당했을 때도 부고를 내지 않고 조용히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그는 “고인들이 대림산업에 공식적인 직함을 맡지 않았는데, 왜 회사에 알려야 하느냐”며 외부 공개를 꺼렸다고 한다.

이 명예회장 슬하에는 이해욱 DL 회장(56) ,이해승씨(개인사업), 이해창(개인 사업) 등 5남매를 뒀다.

이 명예회장이 이처럼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기부행위를 하고, 철저하게 공사(公私)를 구분하는 것은 그의 강직한 성격 때문이다. 그를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회사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님은 경영할 때 다소 거칠은 언행과 태도를 나타내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고,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철저하게 배격했다”고 전했다.

이 명예회장은 대림산업 창업주인 이재준의 아들로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덴버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를 졸업했다. 외환위기 이후인 2001년 장남 이해욱(현 DL 회장)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줬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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