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더 살까? 팔까?" '돈은 빅 테크로 흐른다' 저자 애덤 시셀 <비즈체크 창간기념 특별인터뷰>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핵심 가치투자분석과 미국 증시에 대한 '쪽집게' 전망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06.17 10:11 | 최종 수정 2024.06.20 09:55 의견 0

고영태 KBS 기자/연구위원

요즘 미국 시장에 관심이 있는 개인투자자 사이의 화두는 단연코 엔비디아이다. 젠슨 황의 한마디에 미국 증시는 물론 한국 증시까지 출렁인다. 엔비디아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손해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애플 등 미국의 빅 테크(Big Tech)를 대표하는 매그니피슨트7 주식이 S&P 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달 초에 이미 31%를 넘어섰다. 월가도 내년까지는 빅 테크가 주도하는 미국 증시의 상승세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아직 미국 기술주에 투자하지 못한 투자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투자신탁 운용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 테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밸류체인 빅테크 ETF의 상장에 맞춰 <돈은 빅 테크로 흐른다> (원제: Where the Money Is)의 저자 애덤 시셀(Adam Seessel)을 초청했다. 책을 번역한 고영태 KBS기 자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배재규 대표이사가 애덤 시셀을 만나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가치투자 분석 방법과 미국 증시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배재규 사장(왼쪽), 애덤 시셀 그래비티캐피털 대표(가운데), 고영태 기자(오른쪽)


● 고영태: 한국의 투자자들을 위해 간략하게 회사를 소개해 달라.

● 애덤 시셀: 그래비티 캐피털 매니지먼트(Gravity Capital Management)의 고객은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이다. 우리는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상대적으로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좋은 기업을 장기간 보유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비티가 운용하는 자산규모는 대략 5천만 달러 정도이다.

애덤 시셀은 투자 업계에 뛰어들기 전에 기자로 일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여전히 자신을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객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투자의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투자 자문과 기자에게 필요한 기술은 똑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워런 버핏도 투자자가 안 됐다면 기자가 됐을 것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한국 투자 운용의 배재규 사장은 역자인 필자보다 책에 관해 더 깊이 있는 질문을 했다. 배 사장은 인터뷰 전에 필자에게 투자의 지름길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과연 투자에 지름길이 있을까? “저는 몇 년 전부터 사람들에게 미국 빅 테크에 투자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실천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첫 질문은 가치투자 신봉자가 어떻게 워런 버핏의 투자 방식을 버리고 테크 기업 투자의 전도사로 변하게 됐는가였다.

투자 환경과 시대가 변하면 방식도 바뀌어야

● 배재규: 당신은 초기에 워런 버핏의 투자 방법을 적용해 성공했지만, 기술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투자 방식을 바꾸었다. 상당수 액티브 매니저는 자신의 투자 방식이 현재 시장과 맞지 않아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시장 트렌드가 바뀌기를 기다린다. 워런 버핏은 평생 자신의 투자 철학을 고수했다. 당신은 투자 방식을 바꾸고 책까지 썼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 애덤 시셀: 매우 단순하다. 수익률이 부진해 투자 방식을 바꾸었다. 투자자는 야구 선수와 같다. 슬럼프에 빠지면 "내가 무엇을 바꿔야 할까?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나?"라고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2016년에 이런 과정을 겪었고 힘들었지만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다.

물론 때로는 현재 방식을 유지하면서 시장이 자신의 사고방식을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내가 틀렸고 시장이 옳은지, 아니면 내가 옳고 시장이 틀렸는지 판단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틀렸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이것이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의 특징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상황이 변화를 요구하면 투자 방식을 바꾼다.

● 배재규 사장: 워런 버핏은 투자의 거장으로 존경받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시대의 현자였지 기술 시대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 애덤 시셀: 대체로 동의한다. 제조업과 현재의 기술 시대 사이에 브랜드와 매스 미디어의 시대가 있었다. 버핏은 이 분야에서 천재였다. 버핏이 보유했던 코카콜라, 디즈니, TV 네트워크 등은 모두 20세기 후반에 그가 찾아낸 훌륭한 기업이었다.

버핏은 나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처럼 디지털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버핏은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다. 성장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려는 야심 찬 기업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코카콜라 같은 브랜드 기업이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많은 초과 이익을 돌려줄 수 있었던 시대에 성장했다. 그는 이것을 가치 창출과 동일하게 생각했지만, 오늘날 시장에서는 이익을 내고 이를 다시 투자하는 디지털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돌려준다고 생각한다.

BMP의 핵심은 Business와 Price의 균형 찾기

● 배재규 사장: 벤저민 그레이엄은 가치투자 1.0, 워런 버핏은 2.0, 그리고 당신은 3.0이라고 불린다. 당신은 BMP 템플릿(Business, Management and Price 세 가지 기준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투자 방식)을 통해 재무제표를 분석하면 기술 기업에서도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했는데, 성장 투자와 어떻게 다른가?

● 애덤 시셀: 좋은 질문이다. 나도 그 질문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가치 투자자는 BMP를 볼 때 지불하는 가격인 "P"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성장형 투자자는 비즈니스의 미래 잠재력인 'B'를 최우선 순위로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모두 틀렸다. 비즈니스 품질(기업의 경쟁력)과 가격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치 투자자는 나쁜 기업을 저렴한 가격에 사서 실패하고, 성장 투자자는 좋은 기업을 비싼 가격에 사서 실패한다. 핵심은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 또는 최소한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장'과 '가치'가 올바른 용어가 아닌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버핏은 가격이 싸다고 해서 좋은 투자가 아니고,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나쁜 투자도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버핏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BMP 분석은 모든 국가와 기업에 적용 가능

● 고영태: 한국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우수한 기술 기업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네이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과 투자 환경이 다른 한국 기업에도 BMP 템플릿 투자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애덤 시셀: BMP 템플릿은 전 세계 모든 지역에 있는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다. 당신이 나를 한국의 한 찻집에 데려가도 나는 BMP 분석을 할 수 있다. 그곳에서는 파는 차는 어떤가? 경쟁 찻집보다 맛이 더 좋은가? 이유가 무엇일까? 경쟁 찻집보다 더 비싸게 판매해도 고객을 다시 찾게 만드는 '비법'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평범한 찻집일까? 마찬가지로 찻집의 경영진(주인)은 어떤가? 그들은 훌륭한가? 서비스도 좋고 가게도 잘 운영하고 있는가? 일하는 사람들이 혁신적인가 아니면 게으른가와 같은 여러 가지를 분석할 수 있다.

가격 요소도 찻집에 적용할 수 있다. 주인이 찻집을 얼마의 가치로 평가하는지 알려주고 재무제표를 보여주면 "B"와 "M"을 분석한 후 "P"가 적정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기술 혁신, 누가 활용할 수 있느냐가 핵심

● 고영태: 한국에 오기 전에 대만의 TSMC를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대만에 머무는 동안 세계 최대의 IT 쇼인 <컴퓨텍스 2024>도 열렸다. 컴퓨텍스 2024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과 AMD의 리사 수 등 미국의 빅테크 CEO들이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칩과 기술을 소개했는데, 투자 전략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얻었나?

● 애덤 시셀: 나는 기술 분야의 개별적 발전이나 신제품 발표에 그렇게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편이다. 기업은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모든 신제품이 '차세대 선도 제품'이라고 믿기를 바라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대신 나는 어떤 기업이 어떤 혁신적 제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누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을까? 인공지능? 무인 자동차? 양자 컴퓨팅? 가상 현실? 거의 모든 경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빅테크(Big Tech)이다. 빅 테크 기업만 이런 기술 트렌드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금과 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 회계 원칙도 바뀌어야

● 배재규: BMP 템플릿 분석에는 분석가마다 다를 수 있는 몇 가지 정성적 요소가 있다. 또한 가치 평가 방법도 전통적인 회계 방법과 다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애덤 시셀: 두 번째 질문에 먼저 답하겠다. 회계 방법에 관해서는 그레이엄부터 버핏 그리고 오늘날의 기술 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훌륭한 분석가들이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회계를 조정한다. 하지만 회계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할 때는 기업의 '언어'인 회계를 바꿔야 한다. 회계를 한국어나 영어의 문법과 같다고 생각하라. 때때로 사람들은 의미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문법의 규칙을 어기기도 한다. 회계도 마찬가지이다. 비즈니스와 회계를 양쪽을 모두 잘 알고 있는 제프 베저스 같은 CEO는 현재 수익에 타격을 주지만 3~5년 후에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는 이것이 재무제표에는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BMP에 대한 정성적 판단에 관해서는 당신의 주장이 100% 옳다. 투자 분석과 연구는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인 판단에 관한 것이다. 이것이 인간을 독특하고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새로운 ETF를 출시해야 할까?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ETF를 어떻게 출시해야 할까? 가격은 얼마로 정해야 할까? 이 모든 일이 경영진이 결정해야 하는 정성적인 요소이다. 주식 선택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목 선택을 "과학이라기보다 예술이다"라고 한다.


테슬라, BMP 분석에서 경영진(M)이 문제

● 배재규: BMP 템플릿에 따르면 애플이나 테슬라와 같은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는 어떻게 하나? 특히 애플은 적은 R&D 지출과 자사주 매입에 의존하고 있고, 테슬라는 여전히 기대감이 높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BMP 템플릿 분석을 통해서도 좋은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 애덤 시셀: 나는 경영진 평가 요소인 M 때문에 테슬라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다. 일론 머스크는 역사에 위대한 발명가로 기록될 인물이다. 하지만 나는 그와 동업을 하고 싶지 않다. 이사회가 지난 2018년에 머스크에게 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주식 보너스를 주주들이 주총에서 부결시킬 것인지 아닌지를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부결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보너스 패키지는 인터뷰 이후인 6월 14일 테슬라 주총에서 통과됐다.)

애플에 관해서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R&D 지출이 더 적고 주주에게 더 많은 자본을 환원한다는 데 동의한다. 버핏이 애플을 좋아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그는 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성숙한 기업을 좋아하는데, 과거에 그런 방식으로 투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제2의 인텔이 될 수도 있어

● 고영태: 2023년부터 인공지능과 관련된 주식 투자 붐이 일고 있는데, 한국인이 가장 많이 투자한 주식 가운데 하나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가 BMP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유는?

● 애덤 시셀: 나는 엔비디아도 깊게 연구한 적이 없다. 대체로 하드웨어 회사보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적으로 볼 때 디지털 반도체 사업은 매우 무자비했다. 역사상 최고 반도체 기업의 가장 훌륭한 CEO는 인텔의 앤디 그로브였다. 그의 회고록 제목이 "오직 편집증 환자만 살아남는다" (Only the Paranoid Survive)이다. 제목을 보면 반도체는 생존하기 매우 어려운 사업처럼 보인다. 단지 생존을 위해 편집증 환자가 되어야 하는 기업에 왜 내가 투자하겠는가? 그리고 실제로 인텔은 지금 엔비디아에 뒤처졌다.

나는 엔비디아도 언젠가 인텔과 같은 처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엔비디아가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고 당분간 그런 우위가 지속될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엔비디아에 관해 이처럼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런 평가를 받는 회사에 대해서는 당연히 연구나 투자를 하지 않는다. 시장에는 선택할 수 있는 기업이 너무 많고 내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100% 확신하고 싶기 때문이다.

● 배재규: 기술 분야의 주요 기업은 대부분 미국 기업이고 기술 혁신 또한 주로 미국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가장 적절한 투자라고 생각하는가? 이런 추세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요인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가?

● 애덤 시셀: 미국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와 스타트 업이 성장하는 데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국가였다. 조만간 이것이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미국인들이 자녀를 인도와 중국에 있는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면 그때가 바로 걱정해야 할 때라고 항상 이야기한다. 하지만 가까운 시일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인도 중국 심지어 한국의 많은 부유층은 자녀들이 미국에서 교육받기를 원한다.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자녀들이 미국이 가진 혁신의 ‘비밀 소스’에 관해 배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기술주 투자, 하락을 이겨내는 방법 배워야

● 고영태: 한국의 젊은 세대가 성장성이 높은 미국 기술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가치 투자자로서 변동성이 큰 기술주에 투자하려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 애덤 시셀: 먼저 나의 저서인 <돈은 빅 테크로 흐른다>를 읽어보라. 이 책을 읽으면 과거의 투자 방식과 디지털 시대의 현대적 투자 방식을 결합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에는 젊은 투자자를 위한 조언을 다룬 별도의 장(chapter)이 있다.

책을 읽어보면 당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의 첫 부분에는 2007년에 아이폰이 나왔을 때 애플에 투자한 내 친구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지금은 부자가 되었지만 주식 시장에서 애플의 가치가 3분의 1로 떨어졌을 때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경험했다. 기술주 투자자는 이런 하락을 무시하고 견뎌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BMP 템플릿에 비춰볼 때 모든 기준이 괜찮다면,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조정이나 하락을 이용하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 배재규:. 스마트폰은 사람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테크 시대의 관문이다. 앞으로도 스마트폰이 이러한 역할을 계속하리라 생각하나? 아니면 다른 디바이스 (예를 들면 웨어러블)가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애덤 시셀: 한마디로 말하면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는 플랫폼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플랫폼이 무엇이든 빅 테크가 계속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더라도 오로지 빅 테크 기업만이 플랫폼을 구축하고, 활용하고, 수익화할 수 있는 자금과 기술 인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고영태: 책을 읽어보면 당신은 달러 제너럴과 같은 비 기술 기업에도 일정 부분 투자하고 있다. 비 기술 기업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미국 시장에서 어떤 섹터나 산업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는가?

● 애덤 시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모든 산업은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그래비티 캐피털은 항공우주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성숙기에 접어든 상품화된 기업인 항공사(airlines)가 아니라 비행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다. 또한 보험 회사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 보험사는 미래에 지급할 보험 계약자의 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투자할 수 있어서 어느 정도 꾸준히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주식 시장, 기업이 성장하면 주가도 상승

● 고영태: 요즘 미국 시장에는 비관론자가 자취를 감추었다. 거의 모든 월가의 애널리스트가 미국 시장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몇몇 하락론자조차 자신의 견해가 틀렸다고 고백하면서 강세론자로 돌아섰다. 혹자는 이것이 미국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암시한다고 한다. 몇몇 대형 기술주가 전체 시장을 주도하면서 시장의 폭(market breadth)도 좁다. 현재 미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 애덤 시셀: “미국 주식 시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기억하라. 답은 간단하다. 미국 기업의 집합체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라. 지난 100년 동안 미국 주식 시장이 연평균 8~9%씩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기업이 성장하고 번영했기 때문에 주식 시장 가격도 따라 오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당신의 의문점이 해소될 것이다. 미국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면 미국의 기업과 경제가 정점을 찍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나는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미국은 혁신과 가치 창출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 모든 상황이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래서 나는 미국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 생각 없이 하는 말이 아니라 분석에 따른 것이다. 나는 미국 주식 시장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미국 주식 시장은 미국 기업을 대신하는 것이고 나는 미국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번영할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하다.

대담을 마치면서 버핏의 충고가 뇌리를 스쳤다. 버핏은 2021년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절대 미국에 반대로 투자하지 말라”(Never bet against America)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2년 동안 미국만큼 인간의 잠재력을 발산시킬 수 있는 인큐베이터는 없었다면서 “몇몇 심각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 발전은 숨 막힐 정도로 대단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시장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대한 시셀의 답변 역시 미국의 성장을 믿고 미국에 반대되는 투자를 하지 말라는 버핏의 충고와 일맥상통한다. 투자의 대상이 기술주든 기술주가 아니든 기업의 성장을 믿고 투자하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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