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실거래가 서울· 수도권은 2차 반등기" "은퇴자는 교외보다 도심 부동산에 투자해야 "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비즈체크> 창간기념 특별인터뷰
"요즘 부자들은 도심의 꼬마빌딩이나 해외 금융자산에 투자"

정구학 기자 승인 2024.06.05 15:53 | 최종 수정 2024.06.05 16:23 의견 0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5일 <비즈체크>와의 창간기념 특별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의 경우 아파트값과 땅값, 서울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해서 변곡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점쟁이도 자기 운명을 모른다. 만약 알았다면 로또라도 사서 팔자를 고쳤을 것"이라며 "무리한 재테크보다는 적정 수익을 지키는 안전 추구형 자산 관리자가 최종 승자가 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박 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1. 현재 부동산 시장은 변곡점인가?

"먼저 부동산 시장 기준을 명확하게 범위를 정해야 한다.

이른바 조작적 정의다. 부동산별로 시장 흐름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가령 토지가격 변동을 의미하는 지가변동율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로 전국 아파트값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17% 폭락했지만, 땅값(지가)은 연간으로 2.7% 올랐다. 지난해에는 전국 아파트값이 실거래가 기준 3.4% 올랐지만, 지가는 0.8% 상승했다. 다세대, 연립주택 실거래가격 역시 2022년 3.5%, 지난해 1.4% 각각 하락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범위를 정하지 않으면 가격이 올랐으니 내렸느니 말할 수 없게 된다. 전체 주택 재고의 64%를 차지하는 아파트, 그리고 통계 기준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거래가격으로 따지는 게 낫다고 본다.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따지면 서울과 수도권은 2차 반등기다. 지난해 1, 2월~9월 1차 반등기가 나타났고, 3개월 하락한 뒤 올 1월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다. 반등추세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선행지수 격인 4월 실거래가 선행지수가 플러스(서울 0.3%, 수도권 0.1%)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하지만 지방은 0.2%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방은 미분양이 많고 지역경제도 튼실하지 않아서 회복 속도가 늦다. 지방은 매물 소화과정 속 바닥 다지기가 더 진행될 것이다."

2. 은퇴자들은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은퇴자들은 동년배의 시각으로 부동산을 봐선 안 된다. 특히 투자 목적으로 바라본다면 젊은 MZ세대의 공간 욕망을 욕망해야 한다. 거칠게 말해 젊은 세대가 테이크아웃 커피 들고 왔다 갔다가 하는 곳이 그나마 인구 쇼크로부터 덜 피해를 본다.

인구 감소 시대, 이 나라에 사는 한 절대적 안전지대는 없다. 상대적으로 덜 피해를 보는 상대적 안전지대를 찾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교외보다는 도심 쪽으로 투자의 방향을 좁혀야 한다. 급여가 많지 않거나 없으므로 부동산을 통해 현금흐름을 확보해야 한다. 부동산을 보는 눈도 달라져야 한다. 바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이라는 인식이다.

행복은 한번 받지 말고 여러번 받을수록 커지는 법이다.

그리고 부동산 비중이 많다면 줄여나가야 한다. 부동산 50%:금융자산 50%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단기간에 이 비중을 맞추기가 힘들 것이다. 5년에서 10년 정도 로드맵을 짜서 리밸런싱을 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투자의 방향은 로컬에서 글로벌, 부동산에서 금융자산,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간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구 쇼크가 올 20년 뒤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미리미리 준비해서 실천하는 것이 좋다. 100톤의 계획보다 1그램의 실천이 중요하다."

3.주식을 안전하게 투자하려면?

"전 신문기자 시절 증권거래소 출입기자도 했다. 주식시장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투자 성공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3가지다.

첫째, 주가가 얼마 올랐느니 하는 투기적 마인드보다 몇 주 보유하고 있느냐는 컬렉터(Collector, 수집가) 마인드를 가지는 게 좋다. 컬렉터 마인드는 주가가 하락해도 스트레스가 덜해 견딜 수 있다. 오히려 하락장은 더 많은 주식을 수집할 기회로 생각한다.

둘째, 개별 주보다 시장이나 시장에 가까운 인덱스 지수를 사라. 개별 주는 부도나지만, 시장은 부도가 없다. 리스크도 그만큼 줄어든다.

셋째, 이왕이면 글로벌 리딩 국가의 시가총액 높은 대형 우량주 지수를 사라. 위대한 기업들과 동행한다는 마인드를 가지는 게 좋다."

4. 부자들은 요즘 어디에 투자하나?

"도심의 꼬마빌딩이나 해외 금융자산에 관심이 많다. 금리가 높아 꼬마빌딩은 고점 대비 10~20% 저렴한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된다. 2~3년 전보다 활발하지는 않은 편이다. 부자들에게 몰빵은 없다. 상품별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분산투자를 한다.

이는 손실 회피 심리와 관련이 있다. 사람은 대체로 변동비율(%)보다 변동 금액에 더 민감하다. 가령 같은 5% 손해를 봐도 1,000만 원 투자한 사람은 손실액 50만 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100억 원 투자한 사람은 그 5억 원에 밤잠을 못 이룰 것이다.

같은 5% 손실인데도 체감하는 고통의 정도가 다른 것이다. 큰손일수록 보수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5. 젊은이들이 다시 코인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어떤 상품을 투자할지는 본인의 자유다. 코인을 투자해서 큰돈을 번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코인 시장은 주식시장보다 변동성이 크다. 그만큼 가격 변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크다는 얘기다. 많은 금액으로 코인에 올인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인생은 예기치 못한 사태의 연속이다. 점쟁이도 자기 운명을 모른다. 만약 알았다면 로또라도 사서 팔자를 고쳤을 것이다.

무리한 재테크보다는 적정 수익을 지키는 안전 추구형 자산 관리자가 최종 승자가 된다. 대박을 찾기보다는 쪽박을 피하는 것이다. 투자가 계획대로 잘 운용되면 행복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재산을 불리기 위해 모 아니면 도식의 도박형 재테크까진 나서지 않는 게 좋다. 성공 확률 대비 리스크가 큰 데다 심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생명을 단축하는 스트레스까지 받으면서 재테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부담 없이 쌈짓돈 정도로 투자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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