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브해에서 생각해 보는 리스크 관리
조세 회피라는 리스크 관리는 가치파괴적...힘 센 자들의 돈 놀음에 약한 자들은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까?
아름다운 캐리브해 모습과 대조적인 조세피난처를 생각하니 여러 단상이 떠올라
비즈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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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3 14:26 | 최종 수정 2024.06.0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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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브해에서 생각해 보는 리스크 관리
장교수는 최근 캐리브해를 방문했다.
’캐리브해' 하면 생각나는 게 캐리비안 해적, 바하마, 케이만 제도, 안틸레스 제도, 버진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섬과 따뜻한 날씨, 조세피난처(tax haven) 등이다. 한국인들에겐 굉장히 이국적이면서도 자극적이다. 여행 중 의문이 이어졌다.
“캐리브해는 왜 해적들의 소굴이 되었을까?”
“캐리브해 일대는 왜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피난처가 되었을까?”
스페인이 아메리카를 발견한 후 금과 은을 포함 엄청난 재화를 신대륙에서 실어나르는데 이를 지켜보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는 배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왕실이 공식적으로 스페인 선박을 공략할 수는 없었는지라 소위 허가된 해적질인 사략私掠(privateer)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싸움꾼들이 수많은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 캐리브해를 거점으로 해적이 됐단다.
삼각 무역의 중심이었던 설탕은 아프리카 흑인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캐리브해 일대의 사탕수수 농사가 기초였다. 설탕 거래가 큰 돈벌이가 되자 인도양 일대와 하와이로 사탕수수 재배가 확산됐고 캐리브해 설탕 생산은 큰 타격을 입는다. 대체 산업을 모색하던 중 금융 관련 세금을 대폭 깎거나 없애는 조세 회피 서비스에 눈을 뜨게 됐고 오늘날 세계적인 조세피난처로 캐리브해 일대가 자리 매김을 하게 된다. 그 배경엔 영국 및 미국의 대형 금융 비즈니스와 다국적기업들이 있는데(영화 The Firm 이 좋은 예)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국가 정책에 암암리에 크게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조세 회피와 탈세를 비판하면서도 알게모르게 그들의 불법행위를 묵인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옛날 해적질을 방조했던 행태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미국 방문 전 서둘러 종합소득세 신고를 마쳤던 장교수 … 세금만큼 부담되는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컸다. 하물며 개인도 이런데 비즈니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입장에선 절세만큼 중요한 cash flow 관리가 없다. 그런데 … 이윤 제고를 추구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입장에서 조세 회피라는 리스크 관리는 가치 중립적일까 가치 파괴적일까? 그네들의 이익은 틀림 없이 누군가의 피해가 된다. 심지어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가치파괴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진 자, 힘 센 자들의 돈 놀음에 없는 자, 약한 자들은 어케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까? 맑은 바다, 뜨거운 태양,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 아름답고 밝은 캐리브해 모습과 너무나도 대조적인 조세피난처의 어두운 면을 생각하니 급 우울해진다.
P. S. 이번 뉴욕 방문 중 Broadway musical 에서 본 Hamilton 의 Alexander Hamilton 이 바로 캐리브해 Charlestown 출신이다. 장교수의 24년 5월은 이래저래 캐리브해와 엮여있다. ㅎㅎ
장동한 리스크관리 전문기자(건국대학교 명예교수) dhchang@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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