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문제와 농촌문제의 근본 해법

도농 통합 생태적 사회시스템 구축 시급...인구와 농촌소멸 문제 해결 '일거양득' 효과 기대

비즈체크 승인 2024.06.03 10:38 의견 0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과 임직원 봉사단원들이 지난 18일 세종시 연동면에서 영농철 농촌 일손돕기를 마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NH농협금융 제공/연합뉴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2023년 4분기에는 출산율이 역대 최저수준인 0.65명을 기록했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2006년부터 투입하기 시작한 예산의 누적 규모가 무려 300조원에 이르지만, 별다른 실효성이 없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저출산 대책 예산편성이 근본 원인에 집중되지 않고, 주로 외형적인 부분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 부처에 간접 지원 방식으로 예산을 배정했고, 그나마도 부처별로 보여주기식 편성이었다. 최근에 현금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 번째, 인간은 존엄한 존재다. 인간은 정신적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 문제를 통찰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산업문명의 최첨단을 향해 달려왔다. 덕분에 전체 평균의 소득 수준과 물질적 환경은 개선되었지만, 도시 중심의 삶의 질은 양극단으로 크게 차이가 심하다. 또한 내적 가치보다는 외형적 성과가 실적평가의 기준이었기 때문에, 개인의 존엄성보다는 역할과 효율이 중요했다. 인간이 하나의 상품처럼 잠시 사용되고 버려진다면, 인간 존재의 의미가 상실된다.

두 번째, 인간은 생명을 지닌 존재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의 생명력과 더불어 생명주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물질문명의 부품으로 전락한 인간은 자연의 생기(生氣)가 없다. 더불어 생명활동을 위축시키는 환경과 각종 오염은 남성의 생식능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또한 결혼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난소 세포의 자연 사멸에 따라 여성의 임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콘크리트 속에 갇힌 도시적 삶의 방식에서는 인간은 자연의 생명력을 회복하기 힘들다.

인구문제는 구조적으로 농촌문제와 직접 연관된다. 우리사회가 물질과 정신 양면에서 불균형을 이룬 직접적인 원인은 도시와 농촌의 균형이 깨진 데 있다. 생명의 원초적 정신과 에너지를 이루고 있는 농촌이 붕괴되자, 도시의 삶도 그만큼 각박하고 황폐화되었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력이란 두 가지 근본적 관점에서 농촌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역으로 도시의 각종 문제를 비롯해서 인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여기서 농촌은 농산어촌을 대표하는 말이다. 인간다움에서 비롯되는 생명력은 자연생태계와 사회생태계를 동시에 살릴 때 향상된다.

AI의 발달로 사회 전반의 구조와 시스템을 새롭게 전환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 인간교육과 수행문화의 관점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갖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주말이 있는 삶을 장려하길 바란다. AI기술을 활용하면, 생산성 향상,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인력의 효율적 재배치가 가능하다. 이때 발생하는 잉여 인력을 ESG 경영 차원에서 기업과 정부가 농촌지역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촌에 인력을 재배치하고, 그 인력을 통해 전원의 기능을 살리면 좋겠다. 제2의 새마을운동처럼 국가 대전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원의 생산성 향상과 국민의 복지 차원에서, 도농융합 생활시스템을 만들어 보자.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에게 농촌으로 초등학교 유학을 장려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아이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존재다. 청소년기에는 자연 속에서 인간교육을 통해 개인의 잠재력과 생명력을 함양하는 것이 무미건조한 지식을 쌓는 것보다 AI시대를 대비하는 데 경쟁력이 높다. 이 기간 동안 부모도 문명전환에 맞는 새로운 인식전환과 활력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도시 근로자들이 은퇴 이후 농촌에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길 바란다. 예를 들어, 경험과 지혜가 많은 은퇴자들에게 도시에서 유학 온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세대 간 연대의식이 좋아지게 된다. 이 부분은 노인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특별히 유전적 요인이나 사고가 아니라면, 건강한 노인은 웰리빙(Well-living)과 웰다잉(Well-dying) 측면에서 전원이 도시보다 환경적으로 좋다. 노인이 자연의 기운을 접하고 생활하면, 예방의학 차원에서 깊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노인은 자연적 환경 속에서 가장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셋째, 지방의 고유한 문화전통을 살리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과 물이 좋은 환경을 품고 있어서, 지역별로 약용 동식물이 잘 자라고, 더불어 독특한 음식과 생활문화가 발달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적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인 농촌 구조를 지니고 있다. 각 지역의 문화전통에 맞는 특색 있는 의식주 문화를 아우르는 농촌을 새롭게 설계하면서 심신통합 교육문화를 잘 융합하면, 인류사회를 통섭하는 건강교육문화 대국을 건설할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의 균형이 인구문제 해결의 기초가 된다. 무엇보다 먼저 도농을 통합한 생태적 사회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사회의 기초를 단단히 바로 잡는 일은 생명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것과 같다. 생명력을 강하게 한 이후에, 인간교육과 수행문화를 통해 삶의 존엄성을 회복한다면, 인구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더불어 농촌과 도시의 생태적 공생이 가능해진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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