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과 우리은행의 '의리 경영' 사연은?
동국제강, 새 주거래은행 맺어준 인연으로 우리은행에 골프대회 장소로 페럼클럽 빌려줘
비즈체크
승인
2024.05.09 20:45 | 최종 수정 2024.05.10 11:01
의견
0
동국제강과 우리은행간에 돈독한 ‘의리 경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계열사인 페럼클럽CC(경기도 여주 소재) 골프장을,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이 개최하는 KPGA 우리금융 챔피언십의 개최장소로 3년전부터 제공해오고 있다.
골프장 소유주는 골프코스를 1주일간 프로골프대회 코스로 제공하면, 일반 내장객을 받지 못해 수억원 정도의 매출 손실을 보는 반면, 대회개최 장소 사용료로 여기에 훨씬 못미치는 금액만 받는다. 물론 대회코스가 TV 등 언론에 소개되면서 홍보효과를 누리지만, 기존 골프장들은 손익측면에서 프로골프대회 장소로 제공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과감하게 3년전 우리금융 챔피언십 첫 대회 때부터, 명문코스로 소문난 페럼클럽CC를 대회장소로 제공했다,
이는 동국제강이 2015년쯤 새로 주거래은행을 맺은 우리은행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당시 동국제강은 부채비율이 높아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으로부터 주거래은행 관계를 끊길 정도로 금융시장에서 설움을 당해야 했다.
당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덩치가 커서 리스크 규모도 큰 대기업 여신 비중을 줄이는 대신, 대출규모가 적은 중소기업 거래처를 늘리는 방식으로 여신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여기에 희생양으로 자금난을 겪던 동국제강과 두산건설 등 이른바 ‘2D 대기업’이 '손절'대상에 올랐다.
동국제강은 신한은행 등 다른 은행에 주거래은행으로 받아달라고 찾아갔으나,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거절당하고 우리은행에서만 ‘OK’를 받았다.
비올 때 하나은행으로부터 ‘대출 우산’을 빼앗긴 동국제강으로선 새 우산을 씌워준 우리은행이 은인인 셈이다.
이런 사연으로 3년전 우리은행이 남자프로골프대회인 우리금융 챔피언십을 만들면서 대회장소인 골프장을 수도권에서 확보하기 어려울 때, 선뜻 요청을 받아준 데가 동국제강이다.
동국제강 오너인 장세주 회장(71)은 연세대 대학시절 골프를 제대로 배웠을 정도로 재계에서 프로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골프 매니아다. 실제로 페럼클럽CC는 장 회장의 아이디어로 골프장을 건설하고,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클럽하우스 등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하순에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CC에서 치러진 '2024 KPGA 우리금융 챔피언십'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골프 대회'로 치러질 정도로 동국제강이 파격적으로 장소를 제공했다.
페럼클럽CC가 골프코스 안에 약 3,305제곱미터(1000평) 규모 천연 잔디밭을 갤러리 플라자로 우리금융측에 제공한 것. 이곳에선 대형그늘막과 스크린을 설치해 갤러리들이 잔디밭에 편안하게 누워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잔디관리를 목숨처럼 여기는 골프장 측으로선 우리금융에 이벤트 장소를 파격적으로 제공한 것. 근처에는 다양한 먹거리를 갖춘 '푸드트럭존'도 운영했다.
때문에 우리금융은 갤러리 플라자에서 '굿윌스토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점'도 운영할 수 있었다. 굿윌스토어는 우리금융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개인이나 기업이 기부한 물품을 판매한 수익으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가게다.
조언영 기자 gyuri3673@gmail.com
저작권자 ⓒ 비즈체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