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이은주 기자]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수요정체)’에 빠졌다는 진단이 잇따르는 가운데, 에코프로가 2025년 1분기 깜짝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도 핵심소재 공급 확대와 광물 투자 전략이 적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 전기차 시장 ‘주춤’하는 사이…양극재 판매는 76% 폭증

에코프로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8,068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4분기까지 이어지던 적자 흐름을 끊어내며 실적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눈길을 끄는 점은 전기차 판매량 자체는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코프로의 양극재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의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76%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는 재고 소진에 나선 완성차 업체들과 유럽 수요 회복 기대감에 따른 선제 발주의 결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비엠은 1분기 매출 6,298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5% 증가해 에코프로그룹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 가격 하락 방어한 원재료 수직계열화 전략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 심화로 배터리 소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에코프로는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원가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모로왈리 산업단지(IMIP)에 위치한 ‘QMB’(지분율 9%)와 ‘메이밍’(지분율 9%) 제련소에 총 6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연간 약 7만5천t 규모의 니켈 생산 역량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체 무역사업도 개시해, 1분기 에코프로 별도 매출의 42.8%를 원재료(MHP) 무역으로 달성했다.

이는 가격 하락 국면에서 원재료 소싱 경쟁력을 확보하고, 계열사 간 공급 안정성을 강화한 성과로 해석된다.

■ 전구체 사업은 여전히 적자…그러나 하반기 기대감

다만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1분기 매출 1,36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4.5% 늘었으나, 영업손실은 148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일회성 연구개발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그린에코니켈’의 자회사 편입 효과로 하반기부터는 손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캐즘기의 이익 모델…‘공급망 선점’이 흑자의 핵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현재 수요 정체기인 ‘캐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보조금 축소, 유럽의 경기 둔화, 배터리 원가 부담 등이 복합 작용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조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에코프로는 단순한 수요 확대에 기대기보다는, 공급망 전략과 원가 절감, 글로벌 자원 확보를 통해 실적 반등을 이끌어낸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통합법인 설립을 통해 글로벌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삼원계 배터리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전기차 산업의 중장기 흐름을 내다본 전략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에코프로 제공]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