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메리츠금융지주 최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의 주식 재산이 12조 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주식 부호 순위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바짝 추격했다. 이와 더불어 메리츠금융그룹이 은행업이 아닌 보험업 중심의 금융지주사로서 지난해 사상 첫 '순이익 2조 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성과는 조 회장의 독보적인 경영 철학과 혁신적인 리더십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식 재산 급성장으로 국내 주식 부호 2위 등극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23년 4월부터 현재까지 메리츠금융지주 주식 9,774만7,034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주식의 평가액은 지난해 초 5조7,475억 원에서 지난 20일 기준으로 12조228억 원으로 뛰어올라 처음으로 12조 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불과 1년여 만에 6조 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 상승은 지난해 최대 실적과 주주 환원 정책이 주효했다. 지난해 초 주당 5만 원대였던 주가는 10월에 10만 원을 넘어섰고, 이달 20일에는 12만3천 원까지 올랐다. 이러한 주가 상승 덕분에 조 회장의 주식 자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3조1,848억 원)에 이어 국내 2위 주식 부호 자리에 올랐다. 특히 이 회장과의 주식 재산 격차는 지난해 초 38.7% 수준에서 이제 91.2%까지 좁혀졌다.

◇보험업 중심으로 이룬 ‘순이익 2조 원 클럽’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순이익 2조1,333억 원을 기록하며 '순이익 2조 원 클럽'에 가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30.1% 증가한 수치로, 2021년의 순이익 1조3,832억 원 이후 불과 2년 만에 이룬 쾌거다. 이러한 성과는 특히 고금리와 불확실한 대외 경제 여건 속에서 더욱 돋보인다.

주요 계열사인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84.2% 급증한 1조5,750억 원에 달하며 그룹의 실적을 견인했다. 메리츠증권도 매출 57조375억 원, 영업이익 1조92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45.4%와 15.1% 증가했다. 이러한 호실적은 우량 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축과 보수적인 자산운용 덕분이라는 평가다.

◇금융계의 혁신가, 조정호 회장의 리더십

대한항공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조 회장은 유년 시절부터 탄탄한 배경 속에서 자랐다. 미국 보스턴의 대처고등학교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하며 글로벌 감각을 익혔다.

1983년 대한항공 구주지역본부 차장으로 경영 수업을 시작한 그는 1989년 한일증권(현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금융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동양화재해상보험(현 메리츠화재)의 부사장을 거쳐, 1997년 한진투자증권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금융회사 CEO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2000년에는 한진투자증권과 동양화재의 사명을 각각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로 바꾸고, 금융사로서 독립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2011년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에 오르며 오늘날의 메리츠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제프 베조스를 롤모델로 한 혁신 경영

조정호 회장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혁신 경영'을 벤치마킹해 도전과 혁신을 추구하는 모험형 CEO로 유명하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의 '거대점포화' 작업은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영 정상화와 이익 창출에 성공하며 조 회장의 실행력을 입증했다.

그는 계열사 CEO와의 회의에서도 혁신적인 접근을 취한다.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페이퍼 회의'는 서류 기반으로 진행되며, '응접실 회의'는 격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진다. 중간관리자가 없는 조직 구조는 직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며, 대면 결재와 불필요한 문서 작성을 최소화해 효율성을 높인다.

조 회장은 “최고 인재와는 몸값을 흥정하지 않으며, 성과에는 파격적으로 보상한다”는 원칙을 실천하며, 실제로 자신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은 직원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권한 위임과 자율성은 메리츠금융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공격적 경영

조 회장은 2016년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을 설립해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미국 오피스 빌딩, 유럽 물류창고, 미국 다세대 고급임대주택, 폴란드 고속도로 등 다양한 해외 자산에 투자하며 운용자산 규모(AUM)를 2020년 3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조정호 회장은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하며 성실함을 몸소 실천한다. 집무실에서는 경영 서적과 잡지를 탐독하며 최신 트렌드를 끊임없이 학습한다. 이러한 그의 혁신적 경영 철학과 리더십 덕분에 메리츠금융그룹의 '순이익 3조 원 클럽' 가입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메리츠금융지주가 주식 부호 1위 자리까지 도약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