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회장의 연임 굳히기 인사?…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 선임에 담긴 의미

이승열 현 하나은행장은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으로 밀려나
함 회장 연임되면 70세 넘어도 3년 임기 마치도록 규정까지 최근 바꿔

이은주 기자 승인 2024.12.12 18:22 | 최종 수정 2024.12.12 18:48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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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성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 [하나금융그룹 제공]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추천하며,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 구도를 굳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함 회장의 연임 시 임기를 최대 3년까지 보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호성 후보, ‘영업통’ 행장으로 낙점

12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는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룹임추위는 “대내외 불확실한 금융 환경 속에서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 성장을 이루기 위해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이호성 후보를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호성 후보는 1964년생으로, 대구 중앙상고를 졸업하고 한일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강남서초영업본부장, 중앙영업그룹장, 영업그룹 총괄 부행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으며, 2023년 1월 하나카드 사장으로 부임해 카드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전임 김정태 회장 시절, 기업영업쪽 핵심 보직을 맡아 '김정태 라인'으로 분류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인사에서는 하나카드 대표 후보자로는 성영수 하나은행 부행장이 추천됐다.

특히 회장이 충남본부장 시절 손발을 맞췄던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하나은행장으로 영전하지 않고 증권 대표로 계속 연임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이호성 차기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추후 함 회장의 뒤를 잇는 후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각 후보의 선임은 추후 열리는 해당 계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이사회, 주주총회 등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외환은행 출신 이승열 행장은 지주 부회장으로 밀려

외환은행 출신으로 하나은행과 합병의 상징으로 하나은행장에 올랐던 현 이승열 은행장(1962년생)은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직에 전념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측은 이 행장의 부회장직 전념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금융권에서는 이승열 행장의 존재감이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인사와 지배구조 개정으로 보이는 함 회장의 전략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면서 회장 연임 시 임기를 보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된 규범에 따르면,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 임기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 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고 변경했다.

기존 규범은 ‘해당일 이후’로 돼 있어 만 70세에 도달하는 함 회장(1956년생)의 연임 시 임기가 2년에 그칠 수 있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함 회장이 연임될 경우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회사 측은 “만 70세 재임 연령 기준은 유지하되, 주주총회 결의 등을 통해 부여한 이사의 임기를 보장해 사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주 회장의 연임 굳히기?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사와 지배구조 개정을 두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 구도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함 회장은 2022년 3월 하나금융 회장으로 취임해 그룹 내 안정적 리더십을 구축해왔으며, 내년 3월 첫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최근 어수선한 정국 상황과 맞물려 함 회장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연임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채용비리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함 회장에겐 대법원 판결이 최대 관건으로 남아 있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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