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박용설 역사칼럼니스트]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여러 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고대 로마 다리를 만나게 된다.
고대로마 다리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수천년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살아있는 증인
이며 제국 전체에 골고루 분포된 로마제국의 상징적 건축물이다.
로마가 다리를 건설하는 기술이 없었다면 로마가도는 고속도로 역할을 못하고 반쪽짜리 그저 그런 지역 도로 역할에 머물러 대제국으로의 통합과 도약이 불가능 했을 것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2000년전에 어떤 기술로 이렇게 견고하고 아름다운 다리를 건설 하였을까?
다리를 건설하기 전단계로 꼼꼼한 실사 작업을 거치고 지형조건,하중,재료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하여 최적의 과학적 설계를 만들어 냈다.
로마군대에는 요즘 공병대처럼 다리를 건설하는 기술자 및 기능공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어느 지역에서도 표준시방서를 응용하여 현지사정에 맞는 다리를 건설 할수 있었다.
로마인들은 아치구조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 다리의 하중을 효과적으로 분산 시켰다.
아치구조는 측면에 가해지는 힘을 아래쪽으로 전달하여 다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건설 현장의 강이나 하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석을 가공하여 건설하였는데 인공적 재료보다 내구성이 뛰어나 안정성이 높고 견고한 건축물을 만들수 있었다.
완공 후에는 꾸준한 유지보수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여 오늘날까지도 사용할수 있는 대단한 작품을 완성하였다.
로마 테베레강에 떠있는섬, 티베리섬에 연결된 파브리치오다리는 기원전 62년 도로관리관 ‘루키우스 파브리키우스‘에 의해 건설되었으며 ’파브리치오‘는 그의 이름에서 유래 되었다.
두 개의 큰 아치와 중앙기둥으로 이루어진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디자인은 뛰어난 건축기술과 예술적 감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길고 긴 세월의 흔적과 사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다리 옆에 서면 2천년전으로 순간이동 하는 것 같은 착시에 빠져 뭔지 모르게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티베리섬에서 삼두회담을 하기위해 ’카이사르,폼페이우스,크라수스‘도 이다리를 건넜다는데.....
“말타고 건넜겠지?”...
고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이다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이다.
베드로 성당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산탄젤로 다리는 로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이다.
각처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바티칸에 가기위해 건너는 이다리는 순례자들에겐 성스러운 장소중 하나이며 항상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다리 위에는 후대에 설치한 조각상들이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는 도구들을 들고 있어 마치 성경 이야기를 들으며 지나가는 기분이 들게 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산탄젤로 다리 아래 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참석하여 강물에 빠지는 장면의 촬영장소 였다.
로마인들은 다리를 건설할 때 단순히 강을 건너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다리를 통해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고 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싶어했다.
로마 다리는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그들의 삶과 역사가 녹아있는 공간이다.
연인들은 다리 위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상인들은 다리위에서 물건을 거래했으며, 군인들은 다리를 건너 전쟁터로 향했다.
이천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견고한 로마다리가 주는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뛰어난 기술력뿐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끊임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박용설 역사 칼럼니스트 finder5300@hanmail.net
금융회사에 30년간 근무하고 마라톤을 뛰고 있다. 로마사에 흠뻑 빠져 관련책을 섭렵하고 있으며 고대로마의 역사현장에 가서 배우기 위해 로마와 그리스등에서 직접 ‘한달살기’ 체험을 하면서 공부하는 열혈 역사 연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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