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코오롱 이웅열 1심 무죄·면소…"고의·은폐 아냐"(종합2보)
약사법·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 모두 무죄…검찰 "수긍 어렵다…항소 적극 검토"
재판부 "검찰도 수고했지만…소송 의미 뭔가…과학에 대한 사법적 통제 생각 필요"
[비즈체크=조언영 기자]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 조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68) 코오롱 명예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4년여에 걸친 검찰 수사와 법정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9일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등 관련 임원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 회장이 주식 차명 거래 과정에서 명의를 빌려준 송문수 전 네오뷰코오롱 사장은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공소사실 입증 부족”…재판부, 무죄 선고 이유 밝혀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고의적 은폐’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인보사 2액 세포의 기원에 대한 착오를 상장 이전부터 인지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검찰이 문제 삼은 2액 세포의 기원이 안전성 문제를 초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건 이후 인보사의 임상 3상 절차를 재개하고, 올해 7월에는 환자 투약이 완료된 점을 근거로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주장한 허위 서류 제출과 수출입은행 투자 유치 과정에서의 은닉 의혹에 대해서도 “1차 임상 중단(CH)이 기소 전 이미 해제됐으며, 고의적 은닉이나 조직적 은폐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인보사 사태, 무엇이 문제였나
인보사는 2017년 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2019년 미국 임상 3상 도중 2액 세포가 허가받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GP2-293)’임이 밝혀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식약처는 같은 해 7월 인보사 품목 허가를 취소했고, 검찰은 이를 성분 조작 및 허위 자료 제출로 판단해 이 회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성분 변경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고 이를 통해 16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성분 변경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제조·판매 이후”라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학적 검토 부족”…사법적 접근 방식 지적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과학적 사안에 대한 사법적 접근 방식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FDA는 사건 이후 과학적 검토를 통해 우려를 해소했고, 임상 절차를 재개했지만, 한국에서는 품목허가 취소 후 수년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며 양국의 대응 방식을 비교했다.
또한 “과학 분야에서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국가 형벌권 행사의 공적 성격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항소 적극 검토”…코오롱, 행정소송도 진행 중
판결 직후 이 회장은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법정을 떠났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와 관련 사건의 진행 경과를 볼 때, 법원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코오롱 측은 품목허가 취소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인보사 사태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제약·바이오산업과 사법 시스템 간의 간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과학적 검토와 사법적 판단의 균형을 맞추는 동시에,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언영 기자 gyuri36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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