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왜 회사 빼앗기고 철창 신세까지 지게 됐나?
불가리스 허위광고후 회장직 사퇴와 '꼼수 매각' 등 자충수가 덫으로...결국 몰락
검찰 ,'100억대 배임'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구속…"증거인멸 우려"
홍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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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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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체크=홍선기 기자]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100억 원대 배임, 횡령, 허위광고 등 다수의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한때 대한민국 유가공업계의 대표 기업인 남양유업의 수장이었지만, 오늘날 철창 신세로 전락했다. 그의 몰락은 그가 이끈 경영 방식과 비리 의혹이 얽힌 사건의 연속이었다.
◇친인척 끼워 넣기로 회사에 100억 원대 손실
검찰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을 운영하면서 친인척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업체를 거래 과정에 불필요하게 끼워 넣는 방식으로 회사에 100억 원대의 손해를 끼쳤다. 이러한 방식으로 납품업체와의 거래 단가를 20% 이상 부풀려 리베이트를 챙긴 정황이 포착됐다. 납품업체 대표를 회사 감사로 임명해 급여를 다시 돌려받는 등 조직적인 배임수재도 그의 주요 혐의 중 하나다.
홍 전 회장의 가족들도 이러한 비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이 운영하는 광고회사에 회삿돈을 빼돌리고, 사촌동생을 납품업체에 위장 취업시켜 허위 급여를 지급받은 혐의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코로나19 허위광고와 증거인멸 지시
홍 전 회장은 2021년 '불가리스 코로나19 예방 효과' 허위광고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남양유업은 기자 초청 심포지엄을 통해 자사 유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 전 회장은 이 사실이 담긴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인멸 지시에 대해 명확한 진술을 확보해 혐의에 포함시켰다.
◇경영권 상실과 법적 다툼의 연속
홍 전 회장은 2021년 불가리스 논란으로 소비자 불매운동과 경찰 수사에 직면하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번복하며 법적 다툼에 휘말렸다. 올해 초 대법원 판결로 결국 경영권을 넘겨야 했고, 남양유업은 새로운 경영진 아래 들어갔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새 경영진은 홍 전 회장을 포함한 전직 임직원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서 남양유업이 주장한 피해 금액은 201억 원에 이른다.
◇철창 신세, 그의 경영 방식이 부른 비극
한때 남양유업을 국내 유가공업계의 선두로 이끈 홍원식 전 회장은, 오너 일가 중심의 독단적 경영과 비윤리적 행위로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 그의 경영 스타일은 회사 내부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마저 잃게 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업의 가치는 불법 행위와 무책임한 경영으로 무너졌다.
홍 전 회장의 몰락은 단순한 개인의 추락으로 그치지 않는다. 남양유업이라는 한때의 거대 기업이 어떻게 오너 중심의 비리와 비윤리적 경영으로 흔들리고 몰락했는지, 그리고 기업 지배 구조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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