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조언영 기자] 롯데그룹이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CEO 21명을 교체하고 임원 22%를 퇴임시키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충격 인사’를 28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조직 슬림화와 세대교체를 통해 경영 체질을 혁신하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이 같은 대규모 물갈이는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된다.
◇ 임원 22% 퇴임…60대 임원 대거 물러나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그룹 전체 임원 22%를 퇴임시키고 임원 규모를 지난해 대비 13% 줄이며 대대적인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60대 이상 임원의 절반 이상이 퇴임했으며, 60대 대표이사 8명을 포함해 총 21명의 CEO가 교체됐다.
70년대생 CEO 12명을 신규로 임명하며 연공서열을 탈피하고 성과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이로써 롯데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앞세워 그룹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3년 연속 승진…경영 전면에 등장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1986년생, 38세)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에서 경영 역할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그는 2022년부터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합류한 이후 매년 승진을 거듭하며 성장했다.
현재 그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며 신사업 발굴,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 등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롯데는 신 부사장이 바이오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등 신사업을 주도하며 그룹의 지속 가능 성장을 이끄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화학군·호텔·면세점 대대적 교체…콘트롤타워 강화
이번 인사에서 롯데 화학군과 호텔롯데의 변화가 특히 두드러진다. 화학군의 CEO 13명 중 10명이 교체됐고, 60대 임원의 80%가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해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으며, 기존 이훈기 사장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호텔롯데도 대표 3명이 모두 교체되며 새로운 리더십 체제를 갖추게 됐다. 김동하 상무와 권오상 전무가 각각 롯데면세점과 롯데월드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롯데지주는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을 통합해 그룹의 콘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노준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 역할을 맡겼다.
◇ 식품·유통은 기존 체제 유지…안정 속 변화 모색
식품군과 유통군은 기존 리더십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과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으며, 유통군의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도 자리를 지켰다.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은 그룹의 위기 관리와 변화 속도 점검을 총괄하며 신동빈 회장의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
롯데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정기 인사 체제에서 수시 인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성과 기반으로 임원을 적시에 교체하거나 영입해 경영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규모 물갈이는 롯데그룹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신동빈 회장의 경영 철학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부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변화를 주저하지 않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는 롯데그룹이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언영 기자 gyuri36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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