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 나지 않은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한미사이언스 주총 ‘무승부’, 가족간 경영권 분쟁 장기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형제·3자연합측 5대 5로 재편
한미약품 이사진 교체 등 놓고 분쟁 심화될 듯

이은주 기자 승인 2024.11.28 18:09 의견 0
임시 주총에 참석하는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28일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열린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28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창업주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무승부’로 결론났다. 양측 모두 확고한 주주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지주사와 계열사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주총에서는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이 이끄는 ‘3자 연합’과 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형제 측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주총 결과, 양측 모두 결정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 치열한 고소·고발전에도 양측 모두 주주 지지 확보 실패

이날 주총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안건은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정원 확대안이었다. 하지만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하며 부결됐다. 이에 따라 이사회 정원은 기존 10명으로 유지됐고, 3자 연합이 목표로 했던 이사 추가 선임도 2명에서 1명으로 축소됐다.

3자 연합은 이사회 장악에는 실패했으나, 기존 5대 4였던 이사회 구도를 5대 5로 동수로 재편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는 형제 측의 우호 지분이 25.62%로 3자 연합(33.78%)보다 약 8%포인트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정원 확대를 막아낸 결과였다.

이러한 결과는 국민연금(지분 5.89%)이 주총 직전 중립 입장을 선언하며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중립 선언이 양측 모두에게 치명적인 한 방을 날릴 결정적 요소가 됐다는 분석이다.

◇ 한미약품 주총서 재대결 예고

주총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양측은 다음 달 19일 열릴 예정인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다시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형제 측은 이번에는 수비가 아닌 공격수로 나서 한미약품의 박재현 대표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인 신 회장 등 이사 4명에 대한 해임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해임안 통과를 위해서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더욱이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절반을 차지한 3자 연합이 이사회 결의를 요구하며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설 가능성도 있다. 3자 연합 측은 이미 한미약품 주총 안건에 대한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형제 측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장기화 조짐 보이는 창업주 가족 간 분쟁

한미약품그룹의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내년 3월 열릴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측의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의 경영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미사이언스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22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7.2%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73억 원으로 44% 줄었다.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경영진의 집중도가 분산돼 그룹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합의가 유일한 해법”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그룹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상속세와 경영권 문제에 대한 가족 간 합의가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주총 결과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개편으로 이어졌으나, 본격적인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3자 연합과 형제 측 모두 상대를 견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분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선 가족 간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2월 19일 한미약품 임시 주총과 내년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재계와 업계의 시선이 한미약품그룹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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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 28일 오후 서울교통회관에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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