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병준 한경협 고문, "내년 2월 물러나겠다" 주변 인사들에게 밝혀

재계 "류진 한경협 회장,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연으로 보수 출신 김 고문에게 사임 강요 어려울 것"
김 고문, 삼성 등 재계 압박에 "스스로 퇴진할 것" 뜻 밝힌 듯

정구학 기자 승인 2024.10.25 10:42 | 최종 수정 2024.10.25 16:35 의견 0
김병준 한경협 고문 [연합뉴스]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상근 고문을 맡고 있는 김병준 전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내년 2월 퇴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고문은 최근 한경협 안팎의 지인들에게 "내년 2월 한경협 회원 정기총회가 열릴 때까지만 일을 도와주고, 물러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경협(옛 전경련)을 되살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는데, 내가 무슨 직책과 돈에 연연하는 사람으로 비쳐져 안타깝다"는 속내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준 고문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한경협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으며, 류진 현 회장이 선임된 후에도 고문으로 남아 한경협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최근 들어 한경협이 정경유착 근절을 선언한 만큼, 정치인 출신 인물을 협회 내부에서 계속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김병준 고문의 거취가 관심을 모았었다.

◇거세지는 한경협 쇄신 요구

지난해 4대 그룹이 다시 한경협에 복귀하면서 재계 내에서는 한경협이 진정으로 쇄신을 원한다면 정치적 색채가 강한 인사들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이찬희 삼성 준법위원장은 "정치인 출신 인물이 여전히 경제단체에서 직무대행을 맡고 있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상한 일"이라며, "임기가 끝난 후에도 계속 남아 있는 것은 한경협이 진정으로 정경유착을 끊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며 김병준 고문의 결단을 압박했었다.

류진 한경협 회장 [연합뉴스]


◇류진 회장, 김병준 고문에게 사임 강요 어려운 이유

김병준 고문의 거취는 한경협을 이끌고 있는 류진 회장에게 중요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류진 회장이 김병준 고문에게 사임을 강요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는 점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있다.

류진 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1989년에서 1990년까지 풍산그룹의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에도 류진 회장은 문재인 정부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류진 회장은 문재인 정권 말인 지난 2021년 '문재인의 腹心'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진 회장은 지난 201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 당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참석을 성사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는 이러한 정치적 인맥은 류진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김병준 고문에게 사임을 요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재계 일각에선 "류진 회장이 자신의 '親문재인' 색채를 지우기 위해 보수 경제단체인 한경협의 수장을 맡았다"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경제단체의 수장이 이래저래 뒷말을 낳고 있는 형국이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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