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대신 대우건설行' 정진행 부회장의 '빅 미션'

건설경기 침체로 위기 봉착한 대우건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촌형인 정 부회장 역할에 큰 기대

정구학 기자 승인 2024.10.08 15:28 | 최종 수정 2024.10.08 16:17 의견 0
정진행 대우건설 부회장.(2019년 현대건설 부회장 시절의 시무식 장면)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대우건설이 지난달 말, 현대그룹에서 40여년간 경력을 쌓은 정진행(69) 전 현대건설 부회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하면서, 그의 역할을 회사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진석(64)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사촌형인 정진행 대우건설 부회장은 정관계 네트워크나 현대그룹에서의 경험을 살려 대우건설에서 대외관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회사 구성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그룹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아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 상근 부회장직에 도전했다가 류진 한경협 회장의 서울대 동창으로 외교관 출신인 김창범(64) 부회장에 밀려 좌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경련 대신 대우건설行을 택한 정진행 부회장이 건설업 위기를 겪는 대우건설에서 그동한 쌓은 막강 경기고 인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건설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내년 3월로 3년 임기를 마치는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의 뒤를 이어 CEO를 맡아 대우건설의 혁신을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대우건설의 금융위기를 타개하는 역할만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정 부회장이 현대그룹 시절 해외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점을 높이 평가해 영입했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영입이 단순한 해외 영업 강화를 넘어 대우건설의 경영 전반을 재정비하려는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흥그룹과의 인연… 2021년 인수 당시부터 영입 제안받아

정진행 부회장은 중흥그룹이 2021년 11월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부터 영입 대상에 올랐던 인물이다. 당시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 부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고문으로 활동 중이었고, 중흥그룹은 그에게 대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제안했다. 중흥그룹 측은 연봉 3억원을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했지만,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에서 고문직으로 받던 7억원의 연봉을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다. “놀고도 7억원인데 일하면서 3억원은 좀 그렇지 않냐”는 발언이 업계에 회자되며, 당시 협상이 결렬된 배경을 짐작하게 했다.

결국, 대우건설 대표이사직은 내부인사인 백정완 전무에게 돌아갔다. 백 전무는 당시 주택개발 담당 본부장으로서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자금 조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로,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최근 대우건설의 경영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그의 연임 가능성은 희박해졌고, 정진행 부회장이 새로운 대표이사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 경영진 교체 필요성 대두

대우건설의 경영 상황은 최근 들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662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대우건설은 올해 들어 영업이익이 5000억 원 미만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2% 감소한 1271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실적 부진에 더해 부채비율이 224%에 달하며,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대우건설의 주가 역시 중흥그룹 인수 당시 7500원대에서 현재는 절반 가격대인 3800원대로 급락했다.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같은 주가 하락은 2조1천억원에 인수하면서 절반 가까이를 대우건설 주식을 담보로 상당한 자금을 차입해온 중흥그룹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 이후 부채 상환과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진행 부회장의 영입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촌 동생인 대통령실 비서실장과의 인맥… 정치적 배경도 주목

정진행 부회장은 대통령실 비서실장인 정진석(64) 실장의 사촌 형으로, 정치적 인맥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의원 5선 경력의 정진석 실장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21대 국회에서는 국회부의장을 역임했으며, 2020년에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직을 맡기도 했다.

그의 지역구는 대통령과 같은 고향인 공주로, 동갑인 대통령과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이 정진행 부회장의 대우건설 부회장직 영입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정진석 실장이 국정감사에서 대우건설의 상황과 관련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 대우건설은 5명의 사망 사고를 기록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사망 사고를 낸 업체로 지목되었으나, 국정감사에서 정원주 중흥그룹 회장이 증인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정진행 부회장의 인맥이 이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대우건설, 올 연말 구조조정과 함께 대대적 변신 예고

정진행 부회장의 대우건설 합류는 단순히 인물 영입에 그치지 않고, 대우건설의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을 위한 본격적인 수순으로 평가된다. 대우건설은 최근 경비 절감을 위해 명예퇴직과 안식휴가제를 도입했지만, 이로 인한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연말에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기존의 경영 방식을 탈피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진행 부회장이 올 연말 대표이사로 취임할 경우, 대대적인 조직 보수와 함께 현대건설 출신 인사들의 추가 영입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미 현대건설 시절부터 해외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우건설의 해외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우건설 부회장직만 유지할 경우 과거 현대건설에서 한 솥밥을 먹던 인재를 영입, CEO로 앉히는 등 현대맨들을 대거 휘하에 포진시킬 가능성도 크다.

◇"정진행 부회장의 경험, 대우건설의 미래에 큰 자산 될 것"

대우건설 관계자는 “정진행 부회장은 현대건설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사업 부문에서 특히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그의 합류로 대우건설의 글로벌 수주 역량과 해외시장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 부회장이 대우건설의 새로운 리더로서 회사의 체질 개선과 경영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행 부회장은 현대건설과 현대차그룹에서 40여 년간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로, 2011년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당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그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용지 인수를 주도하고, 그룹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정몽구 명예회장의 신뢰를 얻었다.

그의 이러한 경력은 대우건설의 글로벌 사업 확장과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부회장이 대우건설의 새로운 리더로서 경영 재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의 리더십이 대우건설의 위기 극복에 어떻게 기여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진행 부회장의 복귀는 단순한 인사 이동을 넘어, 대우건설과 중흥그룹이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모색하려는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부회장이 경영 혁신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통해 대우건설을 다시금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 그의 행보에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저작권자 ⓒ 비즈체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