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화, KT, 한라, 두산, KT&G 대관부서 '不忠罪' 초비상... '회장님과 사장님을 국감 증인으로'

정의선 현대차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김영섭 KT 대표, 정몽원 한라 회장, 방경만 KT&G 대표, 국회의 기업인 소환 '군기 잡기' 갑질에 또 엮여
국감 나가면 하루 종일 국회에서 대기... 몇 개의 질문에 형식적 답변 형태 되풀이

이은주 기자 승인 2024.10.02 10:35 | 최종 수정 2024.10.02 18:02 의견 0
지난 2022년 국회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국정감사가 내달 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올해도 주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히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김영섭 KT 대표,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 KT&G 방경만 대표 등 재계 거물들이 줄줄이 국회로 호출되며, 각 기업의 대관부서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대관부서는 정부와 국회와의 소통을 담당하며, 각종 규제와 정책에 대한 협의를 통해 기업의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국정감사 시즌에는 증인 채택을 막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물밑에서 다양한 조율을 벌이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수많은 기업 수장들이 증인 명단에 오르며 대관부서의 '무능'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삼성전자, 한화, 한라까지… 재계 수장들 줄줄이 증인으로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KT 최대주주 지위와 관련된 질의를 위해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현대차그룹이 KT의 최대주주가 된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KT 주식을 매각하면서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이에 현대차는 KT 경영에 직접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지만, 국회는 정의선 회장을 불러 입장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 역시 중저가 단말기 공급 확대 방안과 관련된 질의를 위해 참고인 명단에 올랐다. 과방위는 올해 국감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08명의 증인과 53명의 참고인을 채택하면서, 기업 수장들을 다수 호출한 셈이다.

정무위원회도 한화그룹 3세 경영자인 김동관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 부회장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논란과 관련된 질의에 답변해야 한다. 김민철 두산그룹 사장, 강동수 SK이노베이션 부사장 등 주요 대기업 인사들도 각각 합병 및 물적분할에 따른 주주 피해 등을 묻기 위해 증인으로 소환됐다.

또한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과 KT&G 방경만 대표도 각각 국회 상임위에 증인으로 채택되며, 주요 그룹의 수장들이 국감에 줄줄이 등장할 예정이다. 한라그룹은 대규모 개발사업 관련 질의를, KT&G는 불공정 판매 강요 문제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상임위간 중복 증인 채택 허다…국회서도 자성 목소리
매년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행정부의 잘잘못을 우선적으로 따져야 하는 국감의 취지와는 달리 '민간'을 상대로 '군기잡기'식의 중복 감사가 이뤄지는 데 대한 비판이 또다시 제기된다.

과방위는 올해 국정감사에 역대 최대 규모인 증인 108명, 참고인 53명 등 총 161명을 부른다. 인앱 결제 정책과 관련해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과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도 증인으로 불렀다.

김영섭 KT 대표, 정호진 삼성전자 한국총괄부사장, 김흥수 현대차그룹 부사장(GSO), 오세철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CSO),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동대표, 마컴 에릭슨 구글 부사장, 허욱 페이스북 코리아 부사장 등도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행위와 관련해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 피터 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산중위는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영섭 KT 대표(한전 원격검침 인프라 구축 모뎀사업 관련), 방경만 KT&G 대표(불공정 판매 강요 문제), 강한승 쿠팡 대표(자사 우대 노출), 피터 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소상공인 배달 수수료 관련) 등도 불렀다.

국토교통위원회도 전기차 화재 사고와 관련해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 조중석 이스타항공 대표 등도 국토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환경노동위원회는 낙동강 오염원에 대한 그룹의 책임을 묻기 위해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불렀다. 안 와르 알 히즈아지 S-OlL 대표이사도 사업장 탄소 배출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과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 김병우 우아한청년들 대표는 산업재해와 관련해 각각 증인으로 채택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낸시 메이블워커 구글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구글코리아의 법인세 회피 의혹을 묻기 위해서다. 농해수위는 이건일 CJ 프레시웨이 대표, 황종현 SPC삼립 대표, 황도연 당근마켓 대표, 함영준 오뚜기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감 증인, 대관부서의 '실패'가 불러온 결과

매년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면 기업들의 대관부서는 정부 및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주요 인사들의 국감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올해는 수많은 대기업 수장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대관부서의 역할이 무색해졌다.

특히 국정감사의 주요 대상은 행정부의 정책과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지만, 국회의원들이 '민간'을 상대로 한 증인 채택을 통해 기업인들을 소환하는 것은 '군기 잡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 CEO나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면 하루 종일 국회에서 대기하며 단 몇 개의 질문에 답변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기업의 대관부서는 이를 막기 위해 미리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증인 채택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번 국감에서 대거 채택된 것을 보면 이들 부서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대차그룹, 삼성전자, 한화그룹, 한라그룹, KT&G 등 주요 기업들은 대관부서의 대응 실패로 인해 최고 수장이 증인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대관부서의 '무능'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대기업들의 CEO나 회장이 국감에 증인으로 나서는 것은 기업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인들이 국회의 질의에 직접 답변하게 되면 언론의 주목을 받기 마련이며, 불필요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는 상임위 간 중복 소환이 빈번하게 이루어져 기업인들이 여러 상임위에서 중복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대관부서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벤츠코리아 대표 마티아스 바이틀은 전기차 화재 문제로 인해 정무위, 국토위, 행안위에서 모두 증인으로 채택되었고, 삼성전자 윤태양 부사장, 현대차 장재훈 사장, 구글코리아 김경훈 대표 등도 여러 상임위에서 중복으로 소환됐다. 이는 대관부서가 정치권과의 조율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국감 증인 채택은 단순히 출석해 질문에 답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정치권과의 관계에서 기업의 위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대기업 수장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각 기업의 대관부서가 정치권과의 소통에서 실패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관부서, 기업의 얼굴이자 방패… 역할 재정립 필요

기업의 대관부서는 단순한 소통 창구가 아니라, 기업을 대표해 정부 및 국회와의 관계를 관리하고 규제 및 정책에 대한 협상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서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의 증인 대거 채택은 대관부서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로, 각 기업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국정감사와 같은 중요한 정치 이벤트에서 CEO나 회장이 증인으로 소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정치권과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대거 소환된 기업 수장들을 보면, 대관부서의 관리 능력과 소통의 부재가 드러난 만큼, 앞으로 대관부서의 역할 재정립이 요구된다.

재계 관계자는 "국감 시즌마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물밑 조율이 중요한데, 올해는 대관부서의 방어에 실패한 기업들이 너무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 CEO나 회장이 국감에 소환되는 것은 큰 부담이기 때문에, 대관부서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대관부서는 단순한 지원 부서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와 명운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각 기업은 대관부서의 역량 강화를 통해 정치권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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