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빅3' 회장들 정무위 국감 증인에서 빠진 사연…대관부서 '그림자' 활약

신한 김광재 부행장, 하나 오정택 부회장 등 맹활약으로 진옥동 회장, 함영주 회장 등 국회 출석 안해도 돼

정구학 기자 승인 2024.10.02 09:41 | 최종 수정 2024.10.02 11:20 의견 0
22대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 증인 및 참고인 명단. [국회 제공]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은행 빅3'인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과 신한은행 진옥동 회장 ,KB금융 양종희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제외된 배경과 사연에 대해 정치권과 금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하는 증인 명단을 확정하면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을 포함한 반면, 당초 거론됐던 이들 3명은 빠졌다.

이날 정무위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에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을 증인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추후 다시 양당 간사가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정무위는 앞서 이재근 행장 증인신청에 대해 인도네시아 해외투자 손실 등을 이유로 밝혔다.

일단 '은행 빅3'인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과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 KB금융 양종희 회장이 현재로선 정무위 국감 증인명단에서 빠져있다. 양 회장은 환노위에만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특히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과거 정권에서 선임됐다는 점에서 현재 여당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을 것으로 우려됐으나, 다행히 국감 증인에서 빠진 것에 안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과 신한금융, KB금융 대관부서의 물밑 조율이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 등을 담당하는 대관부서 총괄은 하나금융에선 오정택 부행장이, 신한금융에선 김광재 부행장, KB금융에선 박찬용 부행장 등이 맡고 있다.

국감 증인 채택여부에 따라 1년간의 대관부서 업무실적을 평가받는 이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회장들이 국감 증인으로 빠진 것에 안도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크고 특별한 이슈가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신한금융 김광재 본부장과 오정택 하나금융 부행장은 성심성의껏 발로 뛰며 호소한 게 먹혔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그림자 조율'…대관부서의 활약?

정치권과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주요 금융권 수장들이 증인 명단에서 빠진 배경에 대해 금융사 대관부서의 활약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대관부서는 정부, 국회와의 관계를 관리하며 중요한 순간마다 금융사 측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 이번에도 해당 금융그룹 대관부서가 물밑에서 상당한 조율을 한 결과, 회장들이 명단에서 빠지게 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무위 국감 시즌이 되면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금융사들이 치열한 물밑 전쟁을 벌이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은행들은 대관부서를 중심으로 정치권과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며, 주요 인사들이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증인 명단에서 빠지게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권 인사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에서 일부 회장들의 명단 제외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는 대관부서가 적절한 타이밍에 조율에 성공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국감 증인 명단에 오른 인사들

이번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주요 인사들은 우리금융과 NH농협은행 수장들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집중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 문제는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616억 원 규모의 대출이 부적절하게 실행된 것으로 드러나 금융감독원의 현장 조사 결과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그 중 350억 원은 통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269억 원은 연체 및 부실 대출로 드러났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역시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올해 NH농협은행에서만 네 차례 금융 사고가 발생하며 금융권을 발칵 뒤집었는데, 이 중 117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주요 쟁점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3월 부동산 담보 대출 관련 배임 혐의가 적발된 데 이어, 5월에도 두 건의 금융 사고가 추가로 드러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행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집중 질의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번 국정감사에는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이사,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Xinyi Han 알리페이코리아 대표이사 등이 개인정보 유출 및 대규모 임원 겸임 이슈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또한,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해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역시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명단에 있지만 야당에서 이 행장이 아닌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출석을 요구해 추가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권의 대관부서, 더 강해진 존재감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권 수장들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년 국정감사 시즌마다 대관부서의 물밑 조율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지만, 올해는 특히 금융권의 대관부서가 '그림자' 활약을 통해 주요 수장들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금융업계가 정부 및 정치권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대관부서의 활동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역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그들이 막후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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