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본제철, 포스코와 '20년 제휴 결별'…주식 전량 매각

US스틸 인수 추진하며 포스코 주식 전량 매각 결정

정구학 기자 승인 2024.09.24 17:46 | 최종 수정 2024.09.24 17:51 의견 0
일본제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일본 최대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Nippon Steel)이 한국의 철강 대기업 포스코홀딩스와의 오랜 전략적 제휴 관계를 사실상 종료하고, 보유 중인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제철의 이번 결정은 해외 시장에서 경영 자원을 재배치하기 위한 자본 효율성 향상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본제철은 24일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도자료를 통해 "전략적 제휴 계약에 따라 취득·보유해 왔던 포스코홀딩스 주식 289만4천712주를 자산 압축을 통한 자본 효율성 향상을 위해 매각할 방침"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매각 시점에 대해서는 "시장 동향을 주시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홀딩스와 20년 협력 마무리

일본제철과 포스코홀딩스의 협력 관계는 2000년 8월 체결된 전략적 제휴 계약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이어져 왔다. 두 기업은 2006년 10월 전략적 제휴 심화 계약을 통해 주식을 상호 취득하며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철강 산업에서의 기술 공유와 글로벌 시장 진출 등에서 긴밀히 협력해온 양사는 이번 주식 매각 결정으로 상호 지분 관계는 해소되지만, 향후에도 협력 가능성은 열어둔다는 입장이다.

일본제철이 보유한 포스코홀딩스 주식은 전체 발행 주식의 3.42%에 해당하며, 24일 종가 기준으로 약 1조1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번 매각 결정은 일본제철이 해외 전략의 중심을 미국과 인도 시장으로 이동하고, 경영 자원을 해당 지역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인도 시장으로의 경영 자원 재배치

이번 주식 매각은 일본제철이 추진 중인 미국 철강업체 US스틸 인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제철은 미국 철강 산업의 상징인 US스틸을 약 149억 달러(한화 약 19조9천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인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뿐 아니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미국 주요 정치 인사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제철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이 사안을 재신청한 상태로, 당초 23일로 예정되어 있던 심의 기한이 90일 연장됐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CFIUS의 최종 판단이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철강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인도 시장에서도 철강 생산량을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경영 자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는 일본제철로서는 포스코홀딩스와의 제휴 관계를 정리하고, 포스코 주식을 매각해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협력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비록 일본제철이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두 회사는 앞으로도 기술 협력과 같은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본제철 측은 "주식 매각 이후에도 포스코와의 협력은 계속될 수 있다"며 "양사의 기술적 협력과 제휴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역시 일본제철과의 오랜 협력 관계를 높이 평가하며, 양사의 철강 산업 내에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의 기술 공유와 신소재 개발, 환경 친화적 생산 기술 등에서의 협력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일본제철의 주식 매각 결정이 글로벌 철강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그 여파는 향후 CFIUS의 심의 결과와 US스틸 인수 여부에 따라 더욱 명확해질 전망이다. 일본제철이 미국과 인도 시장에서의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그리고 포스코와의 협력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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