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KIAF 회장 "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시급하다"

제59회 산업발전포럼 개최, 대기업 현황 및 과제 논의
정 회장 “2023년 3분기까지 10대 대기업 해외 매출 3.7% 감소, 중국 매출 41.1% 급감”

“미국·중국은 법정근로시간 위반 시 과태료 부과, 한국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대기업 집단 지정제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갈라파고스적 규제' 폐지 필요”
“지주회사 사전 규제, 주요국 중 한국만 시행”
“정치는 헛돌고 개혁은 오리무중, 노동·연금·의료개혁 필요”
“스타트업과 초기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환경 개선도 필요”
“대기업 규제 완화로 양질의 일자리 늘려 교육과 저출산 문제 해결”
“정책당국, 불합리한 제도 과감히 개혁하고 불필요한 규제 도입 방지해야”

정구학 기자 승인 2024.09.24 10:51 | 최종 수정 2024.09.24 11:09 의견 0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 정만기)은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 트레이드타워에서 ‘대기업 현황 평가 및 과제’를 주제로 제59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기계, 디스플레이, 바이오, 반도체, 배터리, 백화점, 석유화학 등 19개 산업 단체가 참석해 대기업의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인사말에서 “2019년 기준 대기업이 전체 기업 매출의 84%를 차지하고 있으나, 대기업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최근 중국 기업의 도전으로 인해 우리 대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한경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까지 10대 주요 대기업의 해외 매출이 2018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는데, 이는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이 41.1% 급감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계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 수는 2010년 46개에서 2023년 135개로 늘어나 우리나라의 18개 기업 대비 7.5배에 달한다”며 중국의 급격한 성장세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정 회장은 이어 유니콘 기업 수의 격차도 지적하며 “2019년 206개였던 중국의 유니콘 기업이 2023년에는 316개로 증가한 반면, 우리는 같은 기간 동안 4개 증가하는 데 그쳤고, 이로 인해 한국의 글로벌 유니콘 기업 비중이 2.2%에서 1.2%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환경과 기업 환경의 악화 속에 중소기업들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주저앉게 하는 규제가 증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규제와 지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중국과 미국에서는 법정 근로시간을 위반해도 행정벌 수준의 처벌에 그치지만, 우리나라는 유럽 국가처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적용하고 있어 연구개발 및 소프트웨어 등 고도의 정신집중이 필요한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벤치마킹해 형사처벌 대신 행정벌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점차 일자리를 중국에 내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웅재 한국산업연합포럼 선임연구원은 이날 발표에서 “한국 대기업 비중은 전체 기업 중 0.09%로, 이는 OECD 34개국 중 33위에 해당하는 낮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력업종인 전자, 반도체, 자동차, 소재 및 금속, 화학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의 매출액은 한국 1위 기업의 1.7배에서 4.3배에 이르고 있으며, 한국 기업의 시가총액은 2022년부터 대만에 추월당한 이후로 계속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대기업의 위축은 국가 경제의 기여도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소득의 지속적인 성장을 방해하고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근로자의 결혼율과 출산율은 중소기업 대비 1.4배 높고, 대기업 비중이 세계 중간 수준인 0.19%로 상승할 경우 252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며 대기업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대기업 위축의 원인으로는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적 정책을 꼽았다. 그는 “대기업에 투자되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과제 수 기준 0.5%, 연구비 기준 1.6%에 불과하며, 대기업의 협력 인구 지원 비율은 2013년 27.1%에서 2021년 8.6%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해 대기업 연구원의 우수한 연구개발 수행과 사업화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한국의 법인세 체계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4단계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각종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최저한세가 존재해 실제 납세 부담 경감 효과가 낮다"고 지적하며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번 포럼에서 지적된 대기업 집단 지정제도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에 대한 규제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와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차별적 규제는 대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기업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반도체법을 통해 자국 대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대기업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한국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일한 수준의 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왜곡된 대기업 인식을 바로잡고,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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