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격호 회장 추모사업 놓고 롯데家 이복형제간 사사건건 '갈등'
롯데, 신영자 의장의 신격호 평전 발간에 신동빈 회장 불편한 기색… 경영권 갈등 재점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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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17:17 | 최종 수정 2024.09.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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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체크=홍혜연 기자] 롯데재단이 다음 달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평전 '신격호의 꿈, 함께한 발자취: 롯데 CEO들의 기록’을 발간할 예정인 가운데,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불편한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이번 평전은 롯데 OB들이 신격호 회장과의 일화를 기록한 50여 편의 원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6일에는 롯데 전직 CEO 30여 명과 롯데재단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전 원고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이복누나)은 “아버지의 경영 철학을 후대에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불편함을 표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최근 실적 부진 속에서 신영자 의장이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영 능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에 대해 경영권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신 의장의 두 딸인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장선윤 호텔롯데 전무가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신동빈 회장의 아들)의 경영 승계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롯데재단과 그룹 간 엇박자 계속돼
롯데재단과 롯데그룹 간의 갈등은 올해 초부터 이어져 왔다. 롯데그룹은 1월 신격호 회장의 4주기 추모식을 서울 송파 롯데월드타워에서 개최한 반면, 롯데재단은 별도로 울산에서 추모식을 열고, 4월에는 마포 신격호 롯데장학관에 신 회장의 흉상을 세웠다.
또한, 롯데재단은 5월 신격호 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더 리더’를 제작했으나, 신동빈 회장과 신유열 전무는 초대받고도 불참했다. 반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축하 화환을 보냈다.
◇창업주 생가 기념공원 조성 두고도 이견
재단과 그룹은 신격호 회장의 생가를 기념공원으로 조성하는 문제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재단은 울산 신격호 생가와 인근 별장을 활용한 기념관 및 공원 조성을 추진 중이지만, 신동빈·신동주 형제가 각각 절반씩 개인 명의로 소유한 별장 때문에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롯데지주 측은 “재단의 활동은 그룹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으며, 창업주의 업적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영자 의장이 신격호 회장의 경영 능력을 강조하며 그룹 내 갈등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혜연 기자 hongyang04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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