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의학(心身醫學)

생명의 본질을 추구하는 수행이 심신의학의 미래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08.26 10:29 의견 0
숲 속 힐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직장인들이 휴양 리조트리솜포레스트 숲 속에서 명상하고 있다.[연합뉴스]


[비즈체크=서동석 수행문화전문가] 심물일원(心物一元)은 고대 동양의 기본적인 세계관이다. 유교와 도교의 뿌리가 되는 《역경(易經)》은 마음과 물질의 근본이 하나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심사와 문명 사이의 관계와 흐름을 논하고 있다. 한의학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역경(易經)》에서 비롯된 것으로, 마음과 물질이 서로 전환하는 역(易)의 관점을 계승하고 있다. 정신과 물질의 변화는 세상의 대립과 조화의 과정을 이루는 자연의 양대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의학은 고대로부터 자연의 변화 원리와 인간 장부의 작용 원리가 동일하다고 보고, 심신이 상호작용하는 이치를 질병의 치료에 적용해왔다.

심신 통합의 양생법이 서양의학에서 인정을 받게 된 것은 심신의학이 발달하면서부터다. 서양의학은 본래 몸과 마음을 서로 다른 별개의 영역으로 보았다. 특히 서양의학에서는 몸이 치료의 중심이었다. 몸 중심의 서양의학이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이룬 계기는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 박사의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그는 티베트의 승려들이 ‘뜸모(tummo)’라는 수련법으로 한 겨울에도 추위를 견딘다는 얘기를 듣고,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달라이 라마의 허락을 받아, 1981년 연구팀을 이끌고 티베트의 다람살라를 방문했다. 연구팀은 여러 승려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확인했다.

그 이후 많은 실험결과들에 의해, 정신작용이 심혈관계, 내분비계, 면역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들이 속속 밝혀졌다. 수행의 방법이 치료의 한 분야로 널리 인정받은 결과, 마침내 1999년 미국의 상하원 전체는 벤슨 박사가 주도하는 심신요법센터 설립에 1천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는 데 동의했다. 이후 심신의학은 본격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미국 보건의료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지금은 동양의학의 원리와 방법들이 첨단의학과 융합하면서, 심신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심신 통합의 이치를 알아야 양생(養生)의 도(道)를 이해할 수 있고, 수행 과정에서 만나는 각종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심신의학과 고대 동양의 수행이 동시에 중요시하는 공통점 중의 하나가 뇌의 기능이다. 정좌하여 선정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뇌신경과 깊은 관계가 있다. 서양의학에서도 뇌신경과 정신작용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를 통해, 뇌가 의식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관념적이고 물질적인 측면에서, 신경과 의식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고대 동양의 수행은 과학의 한계를 넘어가고 있다. 도가(道家)에서도 일차적으로 “환정보뇌, 장생불로(還精補腦, 長生不老)”라고 하여, 신체기능의 작용에서 뇌를 중점에 두었다. 여기서 ‘정(精)’은 남자의 정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정욕을 참으면, 생명력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욕정을 참는 것만으로 수행을 완성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금욕(禁慾)은 수행의 한 방편은 되지만, 그 목적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환정보뇌(還精補腦)의 정은 정기신(精氣神)의 정으로서, 생명을 이루는 기본 물질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호르몬, 혈액 등과 같이 심신작용의 중심을 이루는 핵심 요소들이다. 성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의 다양한 욕구를 잘 절제하면, 인체의 물질대사가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그 결과, 뇌신경이 건강하게 보강되고,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바로 앞선 칼럼 〈바른 자세의 중요성〉에서 언급했듯이, 사실상 온몸이 뇌다. 따라서 전체적인 심신작용의 균형이 중요하다. 심신의 상태를 청정하게 유지하면서, 조화와 균형의 삶을 사는 것이 정(精)을 단련하는 핵심 내용이다.

정기신의 단련은 생명수행에 특화되어 있는 도가 수행의 비결이다. “정을 단련하여 기를 이루고, 기를 단련하여 신을 이루며, 신을 단련하여 태허로 돌아간다(鍊精化氣, 鍊氣化神, 鍊神還虛).”는 수련과정을 통해 평범한 인간은 도가의 최종단계인 진인(眞人)이 될 수 있다. 진인은 인간 보살(菩薩)이자 신인(神人)이다. 수행이 과학의 한계를 넘어가는 부분은 바로 기(氣)와 신(神) 그리고 허(虛)에 있다. 기(氣)는 정(精)과 신(神)을 연결하는 중간매개 작용을 한다. 정기신이 한의학에서 생명과 건강관리의 핵심이다.

동양의학에서는 고대로부터 인체에 신경이나 혈관이외에 기맥(氣脈)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기(氣)를 모든 치료에 활용해왔다. 몇 년 전에 작고한 소광섭 교수는 혈액순환계(심혈계)와 면역세포의 순환계(림프계) 이외에 제3의 순환계가 있다는 사실을, 광자(光子, photon)를 방출하는 기공사의 사례를 통해 입증했다. 최근 서양의학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아직 이론과 물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神)과 허(虛)의 영역은 서양에서는 종교의 영역으로 돌리고 있다. 신(神)은 생명을 움직이는 영적 의식이자 주체이고, 허(虛)는 생명 기운의 본체를 의미한다. AI가 선도하고 있는 물질과 정신의 융합문명시대에 수행이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해당하는 모든 존재의 본질 부분이다. 물질과학의 정점에 있는 AI가 수행의 필요성을 역으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이 과학을 통해 신의 영역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수행의 원리와 방법이 심신의학, 정신물리학 등과 같은 첨단과학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인간이 신허(神虛)에 이르는 길은 성인(聖人)들의 말씀 속에 있다. 여러 경전 속에 흩어져 있는 수행의 이치를 종합하는 데 있어서, AI는 많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 점에서, 수행은 과학과 종교를 연결하고, 생명혁명을 일으키는 가교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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