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음식이 나를 이룬다

음식은 생명에너지 정보와 연결하는 자연의 통로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08.12 11:50 의견 0

정관 스님이 지난 2019년 이탈리아 로마 그랜드팔라스 호텔에서 열린 사찰음식 시식회에서 현지 문화계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선보인 사찰음식.[연합뉴스]


[비즈체크=서동석 수행문화전문가]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의 소통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그 소통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음식이다. 먹는 음식의 영양성분은 몸을 구성하고, 정신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음식은 나를 이루는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생태적인 입장에서 나의 생명은 식재료의 관리와 식습관에 크게 좌우된다. 크게 보면, 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삶의 환경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우리 땅에서 나온 농산물이 우리에게 잘 맞는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다. 본래 이 말은 불교용어다. 쉽게 말하면, 내 업연(業緣)의 현재 상태와 조건은 내가 의존하고 있는 환경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근본적인 의미는 다르지만, 내가 상대하는 것이 나의 존재 상황을 이루는 요소라는 사실에서, 시사점은 비슷하다. 지금은 유통과 물류의 발달로 전 세계의 식재료가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따라서 식재료의 종류와 상태를 잘 선별하고 관리하는 일은 더욱 더 중요해졌다.

식재료의 관리는 근본적으로 환경오염과 직결되는 문제다. 예를 들어, 미세플라스틱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인류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함부로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에서 분해되면, 일차적으로 플랑크톤은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 물고기는 플랑크톤을 먹고,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인간은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물고기를 섭취한다. 다행히 알갱이가 큰 미세플라스틱은 대부분 인체 밖으로 배출되지만, 문제는 아주 작은 나노플라스틱이 우리 몸속에 축적된다는 점이다. 인체 축적이 임계점을 넘어가면, 염증, 장기 손상, 내분비 교란 등을 야기하고, 심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질병이 된다. 자연환경을 잘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이 좋은 식재료를 얻는 근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고, 산도 많고 크고 작은 강도 더불어 많다. 또한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해서, 예로부터 약성(藥性)이 높은 농수산물이 풍성했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의 흐름은 생태적 환경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안심할 수 없는 식생활 환경조건이 되었다. 여기에 지나친 과소비는 환경오염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과소비는 식생활에도 파고들어, 음식 쓰레기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예전에는 못 먹어서 죽는 사람이 많았다면, 지금은 지나치게 먹어서 생긴 각종 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먹방’이 유행을 하면서, 건강한 식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마 전 필리핀에서는 유명한 먹방 유튜버인 동즈 아파탄이 관련 방송 후에 숨진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필리핀은 먹방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금지하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음식의 양보다는 질과 풍미를 중시하고, 무엇보다 심신의 안정을 이루면서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는 음식문화의 개발이 중요하다.

수행의 측면에서, 음식은 몸의 영양분을 고루 섭취해서 정신을 맑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의미가 있다. 사실 전문 수행자는 많은 음식이 필요하지 않다. 생활이 소박하고 마음이 고요하기 때문에, 적은 음식으로도 수행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일반 수행자들은 각자 일의 양과 정도에 따라 식습관의 균형을 이루는 방식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기 위해 먹는 것이다. 만약 먹기 위해 산다면, 우리는 짐승과 다를 것이 없다. 〈무엇이 성공인가〉에서 밝혔듯이, 깨달음은 우리의 진정한 존재 이유다. 물론 사람마다 추구하는 깨달음의 목적과 정도는 다를 수 있다. 작게는 자신의 인격 성장에 도움이 되는 소소한 깨달음에서, 크게는 모든 경계를 넘는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먹는 음식에서 자신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종교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우리가 먹는 것은 눈에 보이는 음식 뿐만이 아니다. 호흡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공기와 더불어 미생물도 흡입하고 있다. 또한 의식하지 못하지만, 오감을 통해 우주의 소립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생명 순환의 관점에서 보면, 음식은 모든 사람을 우주의 생명에너지 정보와 연결하는 자연의 통로와 같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대자연의 기운과 소통하고 있는 셈이다. 자연의 기운이 우리에게 생기(生氣)를 주는 이유는 조화와 균형에 있다. 조화로운 균형이 깨지면, 자연의 기운은 언제든지 생기가 아닌 사기(死氣)로 전환될 수 있다.

바른 식습관을 들이는 것은 우리 자신과 사회를 위해 모두 중요한 일이다. 식습관의 핵심은 편식, 과식, 폭식을 삼가고, 계절에 맞는 음식을 바른 조리법으로 적당하게 섭취하는 일이다. 식습관이 균형을 찾으면, 몸 상태가 매우 상쾌해진다. 먹거리의 조화를 통해 우리 사회도 상쾌해지길 소망한다. 바른 음식문화는 건전한 정신문화 위에 확립될 수 있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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