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프로골퍼 선발전에 프로가 대리출전했다가 발각...프로자격 박탈
KPGA 사무국, 프로 테스트에 아마추어인 형 대신 출전한 투어프로 동생에게 '초강수 징계' 결정
형제가 서울에서 골프아카데미 운영, 형은 모 사립대 겸임교수로도 활동
정구학 기자
승인
2024.07.18 14:43 | 최종 수정 2024.07.26 00:29
의견
1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남자 골프프로 선발전에서 프로골퍼인 동생이 프로지망생인 형을 대리해 출전한 사실이 적발돼 프로자격을 박탈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18일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 지방골프장에서 열린 2차(본선) 프로 선발전에서 C모 투어프로는 아마추어인 친형을 대리해 출전했다. 형제 사이라서 사진과 얼굴이 비슷한데다, 햇볕이 강하다며 얼굴을 큰 마스크로 가려서 대회 진행요원들은 대리출전 사실을 처음에는 몰랐다.
하지만 동반 플레이를 한 응시자들의 항의와 제보로 대리응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KPGA 사무국은 상발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고, 고의성이 짙은 대리출전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올 4월 상벌위원회에서 동생인 C모 투어프로의 자격을 박탈하는 최고수준의 징계를 결정했고, 지난 5월27일 열린 KPGA 이사회에서 이 징계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에 응시했던 형도 테스트 합격순위 안에 들었으나, 동생의 대리출전 사실이 입증됨에 따라 불합격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KPGA 사무국은 “징계확정에 대해 일정 기간내 징계 해당자가 항소할 수 있으며, 또 민사소송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절차를 마무리하기 전에는 명예훼손 가능성 때문에 징계 해당자에 대한 신원과 징계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형제는 서울에서 모 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해왔다고 골프업계는 밝혔다. 해당 골프아카데미를 직접 찾아가 주변 관계자들에게 최근의 일을 물어봤지만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대리시험을 치른 동생 C프로는 몇년 전에 KPGA 프로에 합격했지만, 형은 상당한 골프실력을 갖추고도 여러 차례 도전을 했다가 실패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형은 한 사립대학교에서 체육학과 겸임교수로 근무해오며 대학 안팎에서 골프를 가르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프로골퍼는 "남녀 프로골퍼들이 점수를 잘못 적고, 플레이한 골프공을 속이거나 비신사적인 행위를 해 출전정지 등 징계를 당하는 경우는 가끔 있어도 이처럼 대리출전을 해 징계를 당한 일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골프에 전념해온 골퍼 패밀리의 빗나간 형제애가 그동안 투자해온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다른 골프선수들에게도 상처를 안겼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두고두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교훈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저작권자 ⓒ 비즈체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