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부여할 보편윤리

물질과 정신이 총체적으로 융합된 통일성 세계를 지향해야
AI에 보편윤리를 부여하는 일은 인간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깨우는 정신혁명으로 승화될 것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06.24 10:56 의견 2

AI는 인류에게 긍정적인 가능성과 더불어 부정적인 위험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AI가 이제껏 해결하지 못한 인류의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AI가 인류사회를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상존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전개될지는 알 수 없더라도, 분명한 것은 이미 시작된 AI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을 끝없이 반복하고 있다. 인류는 새로운 AI 문명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에 맞서 계속해서 싸울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산물이 가져올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류의 숙명이다.

인류문명의 변화를 이끈 발명품은 양날의 검과 같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발명으로 인류는 편리한 이동수단을 얻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명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자동차가 주는 피해를 막는 근본적인 예방책은 자동차 기술의 개선 못지않게 운전자의 윤리적 판단을 높이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AI의 잠재적 위험을 근본적으로 막는 길은 AI 기술개발에 앞서 관련 개발자, 사업자, 정책 담당자, 그리고 사용자 모두가 보편윤리의식을 함양하는 일이다. 결국 과학기술 자체보다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태도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시대에 맞는 보편윤리의식을 어떻게 도출할 것인가?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민족, 종교, 문화 사이에는 보편성보다는 차별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상대적 관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모순과 갈등이 너무 심하다. 때문에 보편윤리의식의 도출을 이해 당사자들에게 맡기면, 또 다른 논쟁과 다툼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갈등의 요인을 미리 제거하는 일이 현명하다. 문제의 핵심에 문제의 답도 있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AI 상용화의 필수조건인 보편윤리 도출에 AI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인(聖人)들의 말씀에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답이 있다. 성인들은 상황에 따른 방편의 말씀도 했지만, 모든 현상을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본질의 이치와 도리에 관한 말씀도 했다. 모든 것을 하나로 꿰는 이치와 도리가 바로 중도, 중용, 황금률로 표현되는 보편성이다. 표현만 다를 뿐, 그 의미는 동일하다. 모순과 갈등으로 막힌 상태를 역으로 균형조율해서 소통시키는 데 보편윤리의식의 의의가 있다. AI를 활용해서 모든 성인의 말씀을 분석하고, 공통점에서 보편윤리를 끌어낼 수 있다. 보편윤리를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AI에 코딩하면,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그와 동시에 AI를 통해 인류의 모든 인문철학, 과학철학, 역사 자료, 유물 등을 데이터베이스화(化)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편윤리의 기준을 융합문명사회의 각 영역에 적용하면, 실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세부 준칙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물론 보편윤리를 개별 조건과 상황에 맞게 세분화하는 일에도 균형조율의 원칙이 적용된다. 보편윤리의식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인류사회의 소통을 막았던 편견과 오해를 동시에 제거하는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다. 빛이 오면, 어둠은 사라지는 법이다. 보편윤리의 빛이 편견과 오해의 어둠을 몰아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관건은 동서양을 관통하는 융합통찰력을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다. 서양의 문제 해결 방식은 정반(正反)의 갈등과 충돌을 거쳐 합(合)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논쟁과 싸움이 불가피한 정반합의 관념체계로는 모순과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항상 불씨가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서양이 주도하는 융합문명사회는 물질 중심의 상대적 융합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빌리자면, 융합문명의 시대에 걸맞은 융합사상의 선례를 가장 가깝게는 초절주의(超絶主義)를 주창한 에머슨에게서 찾을 수 있다. 에머슨은 동서문명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동양과 사양의 양극적 요소들을 모두 포용하고 초월하는 양면적 태도를 취했다. 그럼에도 초절주의는 상대적 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은 초절주의 속에 상대적 의식의 한계를 넘는 수행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완전한 융합사상의 원형은 고대 동양의 수행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대에는 농사일에도 인문, 천문, 의학 등의 지혜가 총망라되었다. 농사를 통해 천지인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물질과 정신이 총체적으로 융합된 통일성의 세계가 우리가 지향할 곳이다. 문명의 흐름이 다시 통일성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다. 상대적 관념을 탈피해서 총체적 직관을 되찾기 위해서는, 고대 동양의 수행정신을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AI에 보편윤리를 부여하는 일은 결국 인간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깨우는 정신혁명으로 승화될 것이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고구려 문화 정신세계와 정교한 건축 공법을 보여주는 문화재로,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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