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소영 나비아트센터 퇴거 판결, 노 관장 사는 워커힐빌라 명도청구에도 영향 미치나

법원 "노소영 아트센터 임대차계약 적법하게 해지…·10억 배상해야" 판결
최태원 회장측 지난해 노 관장에 "워커힐빌라 비워달라" 내용증명 보내

홍혜연 기자 승인 2024.06.21 11:07 | 최종 수정 2024.06.23 17:35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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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2심 공판 출석하는 노소영 관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SK 최태원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기의 이혼' 소송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이의 부동산 인도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이번에는 SK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이 최 회장측이 노 관장에 현재 거주중인 워커힐빌라를 비워달라고 요구하는 명도청구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21일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임대차계약에 따라서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원고가 계약에 정한 날짜에 따라서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피고인은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SK이노베이션 측이 청구한 손해배상의 일부를 인정하면서 약 10억원을 아트센터 나비가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비 측이 전대차 계약에서 정한 해지 이후의 일부 손해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라며 "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거나 권리남용·배임이라는 나비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빌딩 임대차 계약이 2019년 9월 끝났는데도 아트센터 나비가 퇴거하지 않고 무단으로 점유해 경영상 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퇴거 요구 부동산은 아트센터 나비가 입주한 SK그룹 본사 서린빌딩 4층이다. 아트센터 나비는 2000년 12월 이곳에 입주했다.

노 관장 측은 그동안 SK이노베이션 측의 퇴거 요구에 대해 "(최태원 회장과) 이혼을 한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미술관은 미술품을 보관하는 문화시설로서 그 가치가 보호돼야 하고 노 관장은 개인이 아닌 대표로서 근로자들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맞섰다.

노 관장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평안 이상원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에 "25년 전 최 회장의 요청으로 이전한 미술관인데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항소 여부는 생각해 볼 예정으로 이 무더위에 갈 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달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과 관련해 재산 분할로 1조3천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주라고 판단한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판결에서 이 부동산 인도 등 소송을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최 회장이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는 상당한 돈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해줬지만 SK이노베이션은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노 관장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며 위자료 20억원을 인정했다.

한편 이번 나비아트센터 인도소송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 소송중인 노소영 관장에게 "사는 집을 비워달라"며 요구하는 명도청구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SK 계열사는 워커힐혼텔내 빌라 사용료료 연간 7억원을 요구도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측은 지난해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는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에게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 내 2층짜리 고급빌라에 거주중인 노소영 관장은 이 집의 소유권자인 SK그룹 계열사인 SK네트웍스로부터 명도를 독촉하는 내용증명을 서너차례 송달받았다.

이 집은 원래 최태원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 때부터 최 회장 부부가 2층에 신혼살림을 하면서, 1층에 시부모를 모시고 살던 집이다. 이 집에선 최 회장이 동거녀인 김희영씨와 살림을 위해 나간 뒤로는 노 관장이 혼자 살아왔다.

한때 노 관장이 자녀인 1남2녀와 같이 거주했으나, 첫째딸이 결혼해 출가하고 둘째딸과 셋째인 아들이 미국에 주로 체류해 혼자 살고 있다. 가끔 둘째딸과 아들이 귀국할 때는 이 집에 머무르고 있다.

이 집의 소유권자는 SK그룹의 계열사인 SK네트웍스로 돼 있다. 때문에 이 빌라의 임차료로 최태원 회장측은 지난 2017년 이혼소송이 시작된 이후에도 SK계열사에 대신 지급해왔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최근 빌라에 대한 객실사용료 명목으로 하루에 2백여만원(부가세 포함), 연간으로는 7억여원을 노 관장측에 직접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노 관장측은 "법적으로 아직 이혼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므로, 최 회장측이 거주지 제공 등 부양의무가 있다"며 임대료 지급을 거부해오고 있다. 이에 맞서 SK회장측은 집을 비워달라는 내용증명을 노 관장에게 보냈다.

홍혜연 기자 hongyang04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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